문화일반 |
마감 |
마물러 끝을 내는 일이 ‘마감’이다. 일을 맺는 때를 이르기도 한다. 기사 마감, 모집 마감, 원서 마감, 마감 뉴스, 언제 마감하느냐, 좀 일찍 막아다오, 한 해를 마감하고, 인생을 마감하다 …. ‘막다, 막음’에서 왔을 이 말은 우리의 삶이 일을 맺고 끊음이 많은 편이어서 자주 쓴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이 ‘마감’에 쫓겨가며 사는 존재이기도 하다. 길게 보면 처음도 끝도, 닫음도 열림도, 시작도 마감도 쓸모없는 분별이다. 그런데도 기사를 막고 일을 막고, 빚을 막고, 이런저런 ‘돌려막기’를 거듭하며 낭패 보고 재미를 보는 이들도 있다.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는 문패로 기사가 나간 지 만 3년이 지났다. 2002년 5월부터 나갔는데, 오늘치가 757번째다. 말도 멀리 뛰어 지치면 갈아타야 하듯, 이로써 대단원을 마감하고, 다음주부터는 ‘주말매거진’(금)으로 옮겨 ‘말글찻집’이란 문패를 달고 나간다.
그동안의 글이 문패처럼 당위·규범에 바탕을 두어 잘잘못을 따지고 현실을 비판·개탄하며, 본보기를 보이는 쪽에 치우쳤다면, ‘말글찻집’에서는 형식과 내용에서 그런 얽매임이 좀 덜할 것이다.
그동안 글을 써주신 분들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칭찬과 주문에 더하여 드센 비판을 하신 분들도 있었다. 특히 정재도 선생의 말밑(어원) 얘기는 깨우침을 많이 준 반면, 한자 문제와 관련된 것이 많아 인터넷을 통한 김영만·전용덕 선생의 반론이 적잖았다.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 분이어서 필자와 독자의 직접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점이 아쉽다.
아무튼 그동안의 노력이 우리말을 제대로 쓰고 맑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큰 다행이겠다.
최인호/교열부장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