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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5 16:27 수정 : 2005.05.25 16:27

개관 30돌을 맞은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의 정대경 대표가 극장 입구에 설치된 솟대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초대권 뿌려도 텅빈 객석 남물래 피눈물 흘렸었죠”

1970년대 초 국내 소극장 연극운동을 이끌었던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대학로가 국내 연극의 중심지이지만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 신화를 비롯해 <고도를 기다리며> <유리동물원> <세일즈맨의 죽음> 등 수많은 실험연극의 터전이었던 이 연극무대를 기억하는 젊은 관객들은 드문 편이다. 70년대와 80년대에 이른바 ‘마스터피스 산실’의 옛 모습을 서울 명동 외곽 언덕빼기의 한 허름한 시멘트 건물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난달 20일부터 개관 30돌을 기념해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는 삼일로창고극장 대표 정대경(46·공연음악 작곡가)씨는 “지난 30년간 폐관과 재개관을 거듭하며 어느 극장보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어왔다”며 “30년을 버텨온 것도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밝혔다.

“폐간·재개관 거듭 산전수전”

삼일로창고극장은 70년대 초 극단 에저또를 이끌며 소극장 운동을 펼쳤던 연출가 방태수씨가 1975년 봄 3·1로의 한 허름한 건물을 사들여 ‘에저또 창고극장’으로 꾸미면서 파란만장한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1년도 못 돼 문을 닫았고, 76년 4월 원로 연출가 이원경(90·예술원 회원)씨가 후원자 유석진(백병원 정신과 의사)씨의 도움으로 극장을 인수해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부침을 겪었으나 결정적으로 84년 소극장을 옥죄었던 공연법 개정 이후 대학로에 소극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창고극장은 변두리 소극장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지금의 정 대표가 지난 2003년 11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대학로에서 공연음악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던 그는 오랜 꿈이었던 창작뮤지컬을 장기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과 작곡작업실을 물색하다 당시 삼일로창고극장이 새로운 운영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바로 다음날 찾아간 극장 입구에서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돌로 만든 현판을 발견했다.


“78년 고교 졸업 직후 연극을 보러 가서 발견했던 바로 그 현판이었어요. ‘이곳이 아직도 이대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짜릿한 충격을 받고 그냥 돌아버렸죠. 그 자리에서 ‘제가 맡겠습니다’ 하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그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건물을 수리해 이듬해 3월1일 그때까지 ‘명동예술극장’이라고 불리던 것에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제 이름을 되찾아주고 <사랑하며 반항하며>(황태현 작·강영걸 연출)를 시작으로 재개관 공연에 들어갔다.

관객이 들지 않아 거듭되는 적자 때문에 차도 팔고 집까지 날리면서도 옛날의 삼일로창고극장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허사였다.

“배우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하루에 150~200장씩 초대권을 들고 명동에 나가 젊은 연인들에게 나눠주면서 극장을 찾아달라고 사정했어요. 한 명도 오지 않더군요. 명동이 이런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피눈물을 흘렸죠.”

그러나 그는 삼일로창고극장과 더불어 한때 명동을 풍미했던 국립극장이 2007년 복원되면 잃었던 명성을 되찾지 않을까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 리모델링 공사도 그런 기대에서다.

국립극장 복원에 명성회복 희망

건축디자이너인 최홍복 서울디지털대학 겸임교수의 후원으로 100석이 채 안됐던 공연장 객석을 150석으로 늘리고 2층을 새로 올려 갤러리와 음악제작실로 꾸민다. 또 공연이 없는 낮 시간에는 공연장에서 독립영화를 상영해 콘서트와 영화, 미술, 연극, 작은 뮤지컬 등 모든 장르의 공연이 가능한 문화게토로 만들 생각이다.

그는 “창고극장은 수많은 연극배우와 연출가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귀중한 문화공간”이라면서 “우리나라 ‘소극장 연극의 메카’인 창고극장이 30년을 넘어 40년, 50년 이상 존립할 수 있도록 사랑해달라”고 주문했다.

새롭게 단장된 삼일로창고극장은 오는 28일부터 재개관에 들어가 30주년 기념공연으로 박근형 작·연출의 <선착장에서>를 6월12일까지 공연한 뒤 6월15일부터 7월3일까지 최명수 작, 기국서 연출의 <표현의 자유>를 올린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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