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문화일반 |
연출·소품·배우 더 가다듬어야 무언신체극 ‘더 문’ |
[리뷰]
프로그램 안내서를 통해 이렇게 약속하고 있다. “더 문 - 은빛달의 기사들은 향후 1년간 지속적인 작업 업그레이드를 맞친 후 해외 유명 아트 페스티벌과 예술제 등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마친 후’가 옳은 말이다. 다듬어야 한다. 작품도 그렇다.
지난 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드디어 막을 올린 무언신체극 <더 문 - 은빛달의 기사들>. 태권도를 소재로 세계적 공연물을 만들겠다며 10억을 들인 작품이라 관심이 상당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신체극 <스노우 쇼>로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러시아 연출가 빅토르 크라메르를 불렀다.
지난 15일 5시간에 걸쳐 주로 에피소드별로 이뤄진 연습 장면을 봤을 때 작품의 울림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본 공연 21일치는 맥 빠지고 엉성했다. 이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될까.
무엇보다 무대 연출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일곱 명의 소년, 소녀가 태권도의 영웅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가 작품의 졸가리다. 알에서 태어난 뒤 고난을 이겨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그려낸 13개의 에피소드가 비서사적으로 이어진다. 이들 에피소드를 지능적으로 잇는 게 핵심인데 치밀하지 못하다. 곳곳이 지루하기까지 하다. 서정미가 넘치는 에피소드 ‘비’에서 다음으로 전환될 때 대걸레로 물을 닦는 배우도 보인다. 8미터 되는 4개의 달 모양이 좌우로 움직이며 장면 전환을 유도하는데 허점이 많다.
어두운 무대 위에서 손과 발에만 형광붕대를 감은 채 태권도가 춤처럼 그려지는 ‘자아와의 싸움 - 거울의 밤’은 압권인데 빛을 반사하는 주변 소품들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진다.
소품도 다듬어야 할 것 같다. 배우들이 걸치는 의상이 모두 140벌에 이른다. 의상, 소품에 들인 돈만 1억5천만원이다. 하지만 작품 말미, 태권도 영웅들이 강에서 노니는 ‘신비의 강’에 등장하는 황새를 보고 관객은 키득거린다. 신비감을 더하기 위해 배우(고아라씨)가 직접 죽마를 타고 꾸몄지만 인형극 같다. 돌 분장을 한 배우들과 태권 소년의 대결(‘돌’ 대목)도 어설프다.
이날 ‘태권 영웅’들은 연습 때와는 견줄 수 없을 만큼 지쳐보였다. 군무는 자주 어긋나고 연기력도 떨어진다. 애초 계획했던 대로 서둘러 더블 캐스팅 체제를 갖춰야 한다. 에피소드별로 자아내는, 한편의 신화를 보는 듯한 감성은 살 만하다. 이 감성이 어떻게 증폭되느냐는 우선 무대 연출이 결정할 것 같다. 국립극장 공연 뒤 28~2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이어간다. (031)230-3200.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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