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26 16:17
수정 : 2005.05.26 16:17
|
바실리 칸딘스키 1934년 작품 ‘두 개의 환경’
|
덕수궁 미술관, 8월15일까지 110여점 전시
피카소, 뒤샹, 몬드리안 같은 미술거장들의 명작이 국내 중견·소장 작가들의 현대미술품들과 한 자리에 같이 내걸린다. 이 꿈 같은 만남을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덕수궁 미술관이 주선했다. 8월15일까지 열리는 ‘20세기로의 여행:피카소에서 백남준으로’란 기획전이다.
세계 굴지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스테델릭 미술관이 공동기획자로 나서 명품 71점을 빌려주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소장품 42점을 골라 야외와 1, 2층 전시장에서 작품 성격별로 같이 섞어 전시를 한다. 스테델릭 소장품 출품작가는 59명. 피카소, 몬드리안,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 등의 20세기초 거장과 폴록, 드 쿠닝, 라우센버그, 올덴버그, 제프쿤스, 길버트 앤 조지 등 50년대부터 최근까지 현대미술사를 아로새긴 대가들의 대표·초기작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워홀, 바젤리츠 등의 작품 외에 서세옥, 서도호, 최정화, 이불, 이우환, 김상길, 김영진씨 등 국내 작가 19명의 소장품을 냈다.
서구 거장과 국내 작가들의 작품은 시대순 대신 추상, 표현, 개념의 세 영역별로 만난다. 20세기 이후 다기한 미술유파와 장르적 특징을 색다른 맥락에서 재발견해보라는 권유다. ‘추상’의 경우 재현보다 회화성의 실체를 좇았던 입체파 화가 피카소의 <기타가 있는 정물>을 비롯해, 칸딘스키의 추상, 말레비치와 몬드리안의 사각형, 폴록 등의 고전적 걸작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표현’은 주관적 심상을 중시하는 블라맹크의 야수파 그림과 코브라 그룹, 빌렘 드 쿠닝, 로스코 등의 추상표현주의, 바젤리츠·뤼페르츠, 줄리앙 쉬나벨의 신표현주의, 70년대 국내 단색조 회화를 일으킨 이우환씨의 점 추상그림 등이 같이 내걸린다.
‘개념’에서는 마르셀 뒤상의 노년기 아트북, 백남준의 비디오, 앤디 워홀 자화상 등이 이동기씨의 ‘아토마우스’, 김상길· 권오상씨의 사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신디 셔먼, 빌 비올라, 데익스트라 등 해외 스타 작가들의 사진, 비디오를 모은 2층 전시방도 있다. 건물 들머리 계단에 놓인 설치작가 최정화씨의 숨쉬는 가짜 꽃이 전시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거장들의 명작을 훑으며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보고, 그 사이 끼인 국내 작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 미술의 위상과 한계를 어림짐작해 볼 수 있을 법하다. (02)2022-0616.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