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26 16:21 수정 : 2005.05.26 16:21

78년 세로쓰기 첫 번역
84년 가로쓰기로 수정판
20여년만에 세번째 손질
“10년후 다시 손봐야죠”

“원작에 시대성이 있듯이 번역에도 시대성이 있지요. 번역 초판이 나온 지 30여 년이 흘렀어요. 말투와 독자가 바뀌고, 연구성과도 쌓였지요. 독서계의 요구가 있다면 10여년 뒤에도 다시 손질해야 합니다.”

한형곤 한국외국어대 부총장(이탈리아문학 교수)이 단테의 <신곡>을 수정 번역해 냈다. 1978년 처음 신곡을 번역한 이래 84년에 수정판을 내고 이번이 세번째 손질이다. 1판은 당시의 유행대로 세로쓰기. 한글세대가 독서계를 장악하면서 가로쓰기로 판을 바꾸는 김에 번역문을 다시 검토해 제법 많은 부분의 보완과 수정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하여 빛을 본 수정판은 40쇄를 찍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출판사가 판을 꺾으면서 10여년의 공백이 생겨 아쉬운 판에 출판사를 옮기면서 다시 본문을 다듬고 각주를 해당 페이지 밑에 옮겨 실었다.

처음에는 쉬운 작업으로 생각했지만 일을 하다보니 1년반 이상 걸렸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신곡>에 집착하게 하는 걸까.

“공부하면서 몇 번 읽었어요. 로마 유학 때 최고의 단테학자인 사페뇨 교수의 강의를 받으면서 <신곡>을 꼭 내가 번역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외국어대 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줄곧 단테문학을 담당하였는데, 이 또한 나와 단테의 인연을 깊게 해주었지요.”

그가 표나게 내세우는 것은 중역이 아닌 원어역이라는 것.

“언어에서 언어로 내용과 형식을 옮기는 작업은 미묘하고 어렵습니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총화인 까닭입니다. 그래서 번역은 반역이라고도 하잖아요. 중간에 다른 언어, 다른 번역자가 끼어들면 원작과 얼마나 더 멀어지겠습니까.”

번역을 하면서 사페뇨 교수의 주석판, 신곡사전, 성경, 그리스-로마 신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최대한 원래의 운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지만 신곡의 기본 형식 가운데 각운, 1행11음절은 우리말 특성상 희생할 수밖에 없었고 다만 3연체 형식만은 살려냈다.


그는 “<신곡>은 고전이라 내용도 우리 시대와 동떨어진 것 투성이”라면서 “하지만 단테가 상류층 언어인 라틴어를 피하고 민중어인 토스카나 방언으로 자기 시대의 이야기를 한 것처럼, 우리 시대의 독자는 우리 시대의 안목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번역본이 나왔을 때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이 서른 살이 다 되어간다. 그는 앞으로 단테의 초기 작품 <신생>을 번역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