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달해드립니다 “애증이 교차하는 한겨레를 계속 사랑해야 하는가.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라는 카피를 기억한다. 한겨레의 창간 모금기금 광고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미 민주화는 이루어진 것인가. 승부는 결판이 난 것인가. 나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한겨레의 논조를 보면 승부가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한 네티즌의 글) “언론을 모니터하다 보면 한겨레가 없으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중진영 쪽에서 아쉽겠지만 비정규직 문제만 해도 한겨레가 없으면 이 정도 의제 지형도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 이상 필요없다는 말은 비정규직 문제 등에 좀 더 적극적인 보도를 주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종합일가지 가운데 하나’ 엔 동의못해요
6만 주주의 ‘제대로 된 신문’ 소망담아
한국 신문사상 첫 한글전용·가로짜기
아프고 여린 ‘낮은 목소리’ 를
‘큰 울림’ 으로
열일곱 ‘한겨레’ 잘 자라지 않았나요 <한겨레>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이렇게 엇갈립니다. 이런 판에 자화자찬은 낯 뜨거운 일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일인데도 침을 튀며 자랑을 늘어놓은 사람을 보고 있으면 짜증부터 납니다. 지난 5월15일 창간 17돌이 된 한겨레가 만든 창간기념호에는 ‘시대의 양심 한겨레’ 같은 기사가 없습니다. 대신 한겨레에 대한 애정과 비판을 담은 독자들의 쓴 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를 울궈 먹지 않고 생일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미래의 전망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입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한겨레 자랑을 좀 하려고 합니다. 저는 얼마전 한 모임에서 대학생 독자로부터 ‘한겨레가 통일교에서 만드는 신문이 맞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엔 이 질문을 괜한 꼬투리를 잡아 시비를 걸어보려는 ‘도발’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좀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는 정말 한겨레가 어떤 신문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내 또래는 한겨레가 다른 신문이란 이야기를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지, 어떤 신문인지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한겨레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젊은 독자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한겨레>를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한겨레는 주인이 없는 신문입니다. 아니 주인이 너무 많은 신문입니다. 온 국민이 주인이니까요. 1인 사주가 제왕적 지배권을 다른 신문과 달리 한겨레는 6만명이 넘는 주주들이 ‘제대로 된 신문 하나 만들어보자’며 돈을 모아 만든 국민주 신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겨레는 사주나 대주주가 지면을 사유화하거나 전횡을 일삼기가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한겨레는 순한글 가로짜기 신문입니다. 어떤 독자들은 ‘다른 신문도 마찬가진데 그게 무슨 자랑이냐’고 타박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겨레가 창간되던 88년에 모든 한국신문들은 세로짜기와 한자병용 신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겨레의 형식파괴의 첫발을 디딘 이후 9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신문들이 가로짜기로 돌아섰고, 지면에서 한자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겨레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왔던 한국 신문 제작의 고루한 문법을 바꾼 창조적 파괴자입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논조가 비슷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묶어서 조중동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조중동에 맞서는 말로 한경대란 말도 씁니다. 조중동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지금 서울신문)을 묶어서 한경대라고 하는 겁니다. 하지만 한겨레에 몸담고 있는 저는 한경대란 말이 참으로 못마땅합니다. 경향신문 등을 폄하할 뜻은 없지만 한겨레를 그냥 종합일간지들 중의 하나로 묶는 데 동의하지 않기때문입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겨레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창간 배경부터 민주화운동의 결정체로서 기성매체와는 다른 역할과 위상을 가졌다. 특히 남북관계, 한미관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이 한겨레의 독자적 존재의미를 확인시켜줬다. 한국 신문들은 80년대 초반까지 ‘북한’이라는 말도 못 쓰고 북한 괴뢰의 준말인 ‘북괴’라고 했습니다. 북한은 국가도 아니고 소련의 꼭두각시라고 본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겨레는 창간 초기부터 ‘김일성 북한주석’이라고 기사를 썼습니다. 이 기사가 나간 뒤 한겨레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다른 신문들은 ‘김일성’ ‘김정일’로 적는데 ‘김일성 주석’이 뭐냐는 항의였습니다. 기사를 유심히 읽는 독자들은 알겠지만 ‘북미관계’라는 말도 한겨레 지면에서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그 전에는 관리나 학자나 기자나 죄다 ‘미북관계’라고 썼습니다. 남북 정상회담도 했고 금강산에 1백만명이 넘는 관관객이 다녀갔지만, 냉전의 광풍이 몰아치던 80년대와 90년대, 한겨레는 한국 사회의 균형을 잡는 구실을 했습니다. 한겨레는 이밖에도 군부재자 투표 부정·보안사 민간인 사찰 특종 보도등 군사독재의 잔재 청산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한겨레의 교육문제 보도는 다른 신문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대학 입시철이면 각 신문들은 합격한 뒤 좋아하는 수험생이나 학부모 사진을 싣곤 합니다. 그러나 입시에는 실패한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언론의 관심 밖입니다. 저는 90년대 중반 대학 입시철에 한겨레 1면에 실렸던 사진을 잊지 못합니다. 한겨레는 낙방의 아픔을 안고 합격자 발표장을 고개 숙인 채 빠져 나가는 학생과 그 뒤를 따라가며 위로하는 학부모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요즘도 다른 신문들은 서울 강남 대치동의 족집게 강사를 등장시키는 등 ‘공부 잘하는 기술’ 정보 제공에 치중합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공교육의 제자리 찾기 등 ‘함께하는 교육’을 고민합니다. 쑥스러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지만, 한겨레는 욕먹을 일도 많습니다. 한겨레가 초발심을 잃지 않고 한국 사회의 빛과 소금, 혹은 목탁이 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국민주 신문인 <한겨레>는 다른 신문처럼 뒷돈이나 뭉칫돈을 대주는 대주주가 없습니다. 믿을 곳은 독자뿐입니다. 양념통닭 1마리 배달시켜 먹는 값이면 한겨레를 1달 배달시켜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편집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
||||
200억 발전기금 ‘뿌리 깊은 한겨레’ 밑거름 됩니다 한겨레 제2창간운동의 핵심적 목표는 200억원 발전기금 모금을 통한 자본금 확충과 독자 배가입니다. 한겨레는 창간 이후 기업이나 각종 단체에 기대지 않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신문’으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창간 전후 6만여 주주가 만들어주신 200억원의 자본금과 사원들의 퇴직금 출자전환으로 조성된 110억원을 갖고 지난 17년간 <한겨레>를 펴내고, 직원들 급여를 지급해왔습니다. 한국의 신문시장은 이미 1996년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이에서 벌어진 지국 살인사건이나 자전거판촉에서 드러났듯 공정한 기업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무법천지였고, 자본이 부족한 한겨레는 그만큼 버거운 경쟁에 내몰려야 해야 했습니다. 한겨레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해 주주님들께 배당 대신 다시 ‘발전기금’을 내 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어 송구스럽지만, 한국 신문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지난 17년간 200억원으로 한겨레신문을 만들고 유지시켜온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재벌이나 권력과 유착된 신문들 역시 한해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어, 보유 부동산 매각이나 관련재벌의 지원 등으로 버텨온 현실에서 한겨레가 지난 17년간 기록한 누적 적자는 이들 신문사의 1년 적자에도 못미치는 것이 ‘상대적 선방’이었다는 평가입니다.
|
||||
그동안 무법적 출혈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던 한국시장의 환경이 신문법 통과로 인해 공정한 경쟁풍토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불법판촉 신고포상제와 신문을 공동으로 배달하는 신문유통원 설립이 추진되어 한겨레와 같은 독립언론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신문산업 전체로는 위기이지만 한겨레는 위기 속 도약의 기회를 맞은 것입니다. 한겨레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본 부족에서 비롯한 악순환을 탈출해야 합니다. 한겨레가 모금하려는 200억원 발전기금은 한겨레의 질적 도약을 위한 수혈의 의미를 갖습니다. 경상적 비용이 아닌 한겨레의 시설 투자와 질적 개선을 위해 전적으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200억원 발전기금 사용계획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신문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될 제품혁신 비용(40억원)과 디지털시대에 종합정보미디어기업으로서의 변신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자금(80억원)입니다. 17년 동안 신문을 만들게 해준 고마운 시스템도 낡아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윤전기 교체비용 등 시설투자(54억원)를 해야 하고, 제2창간으로 확 달라진 신문을 적극 홍보하고 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광고홍보비 등의 마케팅 프로모션(20억원)이 필요합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