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로·으로/로서·으로서 |
‘로’는 받침이 없거나 ㄹ받침이 있는 임자씨에, ‘으로’는 다른 받침이 있는 임자씨에 붙어서, 첫째는 “나무로 집을 짓는다, 술로 멥쌀가루 반죽을 부풀려 증편을 만든다, 강통으로 붓꽂이를 만든다”처럼 재료를 나타내고, 둘째는 “도끼로 장작을 팬다, 칼로 무를 썬다, 톱으로 통나무를 켠다”처럼 연장·기구를 나타낸다. 셋째는 “집에 생긴 사고로 결근했다, 몸이 아프다는 구실로 빈둥거린다, 병으로 결석했다”처럼 이유를 나타내며, 넷째는 “한재로 끼니를 거르고 수재로 집을 잃었다, 과음한 술로 건강을 해쳤다, 근심으로 편한 날이 없다”처럼 원인을 나타낸다. 다섯째는 “박수로 손님을 맞는다, 새로운 기술로 제품의 질을 높인다, 특유한 논법으로 대중을 설득한다”처럼 방법이나 수단을 보이며, 여섯째는 “한××씨는 주재대사로 미국에 갔다, 유○○씨는 순국선열로 겨레의 추앙을 받는다, 아무개는 대통령 감으로 ○○당의 추대를 받았다”처럼 자격을 보인다. 이 밖에도 되는 상태나 곳·때·방향·결과 따위를 나타내는 어찌자리토씨로 다양하게 쓴다.
한편, ‘로서·으로서’는 ‘로·으로’와 같은 환경에서 위에 적은 여섯째 보기처럼, 오로지 ‘어떤 자격·지위·신분을 가지고’의 뜻으로만 쓰는 어찌자리토씨인데 이런 뜻을 잘 모르는 지식인들이, 그런 뜻과는 상관없이 다만 ‘무엇이 어떠함’을 보이는 경우에 두루 써서 뜻을 헷갈리게 한다. 따옴표 부분은 화살표 쪽으로 바로잡아야겠다.
△한국일보는 여성문제에 대해서 진보적인 ‘언론으로서’ 인식돼 왔다.(ㅎ일보) →언론으로/언론이라고.
△폴란드의 아우스비츠는 제2차 대전때 독일군이 유대인을 대량으로 학살한 ‘생지옥으로서’ 악명이 높다 →생지옥으로/생지옥이라는.
이수열/국어순화운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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