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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춘향>에 출연중인 한채영.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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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백지영 이어 한채영 수술여부 네티즌 끈질긴 추적…“왜 ?”
“다 알고 있다. 쌍꺼풀만 밝히지 말고 가슴과 코도 시인하시지….”(네이버 pasnom)
한국방송 <쾌걸춘향>의 주인공 한채영에 대한 한 네티즌의 ‘협박’이다. 한채영이 최근 한 스포츠지와의 인터뷰에서 “쌍꺼풀 수술이요? 했어요”라고 밝힌 데 대한 반응이다. 하지만, 성형수술에 대한 ‘집요한 추적’은 지난해말 가수 백지영씨의 성형논란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지난해 말,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리얼시트콤으로 올해 방송활동을 재개한 백씨에 대한 성형논란은 인터넷을 들쑤셨다. 특히 백씨쪽이 애초 “화장을 진하게 한 데다 조명과 촬영 각도 등이 달라 다른 사람처럼 보인 것일뿐, 성형수술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가, 며칠 뒤 “코 끝에 잘못된 부분만 살짝 손봤다”고 밝히면서 ‘거짓말’ 비난으로까지 번졌다.
네티즌들은 왜 “저 성형수술 했어요” 고백을 듣고 싶어하나
당시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마다 수백 개의 댓글을 달며 “그것 봐! 했잖아. 누굴 바보로 아나?”, “아무나 하는 성형이 무슨 대수라고 감추길 감춰. 잘못은 진실이 뻔히 보이는데도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거라 생각하는데….”…라고 백씨를 몰아세웠다.
네티즌들이 받고 싶은 답변은 분명했다. “저 성형수술 했어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성형수술을 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싶어하는 것일까? 한 방송국 연예담당 피디는 이렇게 말했다.
“예뻐지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는 것이고, 돈만 있으면 연예인들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시샘’도 있는 것 같다. ‘쟤, 성형수술했대’라는 확인을 하고 싶어한다.”
이수자 교수 “아무리 예뻐져도 ‘너는 어쩔 수 없는 과거의 백지영이다’ 확인심리”
성신여대 여성학과 이수자 교수의 생각도 비슷하다.
“성형이란 게 도덕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선망이 계속 있는 것 같다. 지금보다 나은 외모를 갖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연예인들이 성형을 통해 더 예뻐지고 큰 상업적 이익도 얻었다는 ‘시샘’과 ‘질투’도 있는 것 같다. 여성에게 ‘외모’와 ‘몸매’는 한국에서 여전히 최고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은 자연적인 것에다 인공적인 것을 가미하는, 뭔가를 ‘꾀했다’는 부정적인 이미를 덧씌워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의식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원래 예쁜 게 아니라 인공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려는 욕망도 있는 것 같다. 특히 비디오 논란을 일으킨 백씨에 대해서는 ‘너는 어쩔 수 없는 과거의 백지영이다’라는 도덕적 비난을 계속 보내고 싶은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
임인숙 교수 “질투나 시샘보다 ‘내 눈은 못 속인다’는 의식 발로”
‘몸의 사회학’을 전공한 고려대 사회학과 임인숙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성형에 대한 이중적인 면이 있다. 몸에 대한 관념이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철저하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이란 타고난 천연적인 것이다’는 생각은 줄었지만, ‘성형미인’보다 ‘자연미인’을 구분하고, 점수를 더 주는 측면이 있다. 질투나 시샘이라기 보다는 ‘압구정표’냐 ‘공단표’냐는 계층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질투나 시샘보다는 내가 비싼 돈 주고 성형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성형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어서, 성형을 했는지 안했는지 정도는 간파할 수 있다. 내 눈은 못 속인다’는 의식이 드러난 것 같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2002년에 벌써 연간 시장 규모가 미용성형 5천억원, 다이어트 1조원, 화장품 5조5천억원 등 7조원대에 이르렀다. 또 지난 75년 22명밖에 안되던 성형외과 전문의가 1천명을 넘어선 것도 벌써 4년 전인 2001년이다.
노승희 교수 “만족줄 수 있다면 성형수술은 축복…도덕주의 검열이 문제”
전남대 노승희 영문학과 교수는 ‘만족과 자신을 얻을 수 있다면 성형수술은 축복이다’는 생각에 닿아 있다. 성형논란에 대해 노 교수는 ‘도덕주의’가 우리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든지 자신을 바꾸고, 삶을 가꿔나갈 수 있다. 지나친 유방확대와 기업화 등은 경계해야 되겠지만, 개인의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성형논란은 우리안의 ‘도덕주의’가 스스로를 검열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것 같다.”
<인터넷 한겨레> 논객 ‘하하’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정도에 지나친 뻔히 들여다 보이는 내숭이 싫은 것이지…TV에서는 ‘아니에요’를 연발하니…요즘 대중도 성형기술에 대한 정보가 넘치고도 넘친다. 그런데 하는 거짓부렁은 꼭 80년대 수준이니…대중은 실체에 관한 가증이 싫을 뿐이다. 물론 시기심도 없지 않겠지….”¶
어쨌든, 지난 일이지만 백지영씨의 성형논란에 대한 한 방송국 연예담당 피디의 말은 흥미롭다. 사실 관계를 떠나서.
PD “인지도 떨어지는 연예인의 전략 아니겠나…귀엽게 봐줘야”
“논란이 된 백지영의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일부러 그런 사진을 올려서 관심을 끌어보려는 ‘전략’이 아닌가 의심했다. 연예도 사업이고, 하나의 ‘기법’, ‘기술’, ‘전략’이 있게 마련이다. 요즘은 워낙 빨라서, 백지영이란 가수는 10대한테는 완전히 잊혀지지 않았나. 오랜만에 컴백해도 god처럼 홍보할 필요도 없는 연예인이 있는 반면, 2~3집 앨범을 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다. ‘스캔들’은 고전적 방법이다. 누드촬영도 마찬가지다. 백지영의 경우가 ‘전략’이라면 나름대로 머리를 많이 쓴 ‘새로운’ 방법이다. ‘귀엽게’ 봐줘야 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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