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개발공사’가 펼치는 토건사업의 현장에선 주민 및 환경운동가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해 4월9일 청주 산남3지구 개발 공사 강행에 나선 한국토지공사 용역직원들이 공사를 막는 충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을 현장에서 끌어 내는 모습.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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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첨병 ‘개발공사’ 비판 [토건국가] 권력의 재생산과 이윤의 분배과정에서 건설행위를 통해 대규모의 ‘나눠먹기 체계’ 가 형성되는 국가. 최근 한국사회구성체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의가 시도되고 있다. ‘토건국가’가 그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 등 소장학자들이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토건국가는 원래 개번 맥코맥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교수가 일본 사회를 분석하는 데 사용한 개념이다. 맥코맥 교수는 “권력의 재생산과 이윤의 분배과정에서 건설행위를 통해 대규모의 ‘나눠먹기 체계’가 형성되는 국가”를 토건국가라 불렀다. 이 체계는 정부가 답합된 건설회사에 공사를 발주하고 건설회사들은 수익의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하는 ‘정·관·재계’의 카르텔이다. 일본 자민당의 일당독주체제와 이를 떠받히는 재계의 담합 부패구조가 대표적 경우다. <민주사회와 정책연구> 최근호(통권 7호)는 한국을 토건국가의 또다른 전형으로 규정했다. 이는 ‘개발주의’라는 개념으로 단순화됐던 60·70년대의 정치경제 체제를 새롭게 살핀 결과다. 동시에 개발주의 이념이 절차적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강화되고 있는 ‘비밀’에 대한 통찰이다. 연구자들은 박정희 정권을 ‘개발을 내세운 독재’라고 정의내린다. 근대화를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희생시킨 것이다. 폭력을 통해 압축적 근대화를 일궜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폭압적 근대화’의 과정이었다. 홍성태 교수는 이 대목에 주목한다. 폭력을 담지한 군대·경찰과 함께, 근대화의 첨병노릇을 한 ‘개발공사’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절차적 민주화로 폭력적 국가기구의 위상은 낮아졌지만, 군사독재시절의 근대화 이념을 품고 태어난 개발공사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바로 이것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에도 민주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맞서며 자연에 대한 파괴적 개발을 일삼는 ‘국가적 토건 사업’이 횡행하는 이유다. 홍 교수는 “개발독재와 고도성장의 구조적 유산인 토건국가를 청산하는 것을 통해 경제·사회의 민주화가 절실하다”고 짚는다. <민주사회와 정책연구>는 이를 위해 근대화의 ‘전위대’였던 6개 개발공사의 실태를 비판적으로 살폈다. △한국전력공사 △농업기반공사 △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주택공사 등이 그것이다. 연구자들은 정책 대안 수준까지 파고들어가 이들 ‘6대 개발공사’의 모순을 비판한다. 개별 공사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핵심적인 문제는 ‘개발의 관성’이다. “막대한 환경파괴와 지역 형평성문제, 공공재원의 왜곡투자와 극심한 재정손실에도 불구하고”(석광훈 과학기술정책학 박사) 이들 6대 공사는 “새로운 토목공사의 수요를 스스로 만들어”(우석훈 경제학 박사)낸다. 이 논리는 정치적 민주화와 지방자치 등 민주주의 일반원리를 압도한다. 그런 면에서 이들 공사의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민영화’ 등은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 “장기적 발전과정과 다양한 주체들의 합의 도출과정을 통해 지속성을 보장하는 길”(서재철 녹색연합 국장)을 모색하는 것이 대안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적 효율성을 높이는 개발공사의 개혁”(홍성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한편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은 ‘개발공사와 토건국가’를 주제로 21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관련 심포지엄을 연다.(02)3679-3321.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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