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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3 20:54 수정 : 2005.01.23 20:54

우리말에서 “실상보다 너무 지나치게 부풀려서 믿음성이 적은 말짓”을 ‘허풍’이라고 한다. “허풍 떨다, 허풍 치다” 들처럼 쓰인다.

이 ‘허풍’이라는 말이 총독부 〈조선어사전〉이나 문세영 〈조선어사전〉에는 없다.

그런데 이윤재 〈표준조선말사전〉에 ‘虛風’으로 나타나, 그 뒤 사전들이 옳다꾸나 하고 그것을 따르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虛風’은 우리말 ‘허풍’과 달라 “동짓날 남쪽에서 불어 오는 세찬 바람”이다. 흔히 사람을 해치는 바람으로 여긴다.

더 우스운 것은 우리나라 한자 사전이다. 장삼식 〈대한한사전〉(1964) 따위는 ‘虛風’에다가 우리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베껴 넣었다. 곧, 우리말 ‘허풍’을 한자말 ‘虛風’으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우리말 ‘허풍’은 중국에서는 ‘콰장’(誇張)이라고 하는 것 같고, 일본에서는 ‘호라’라고 한다.

일본의 ‘호라’도 ‘虛風’(거친바람)이 아니고 “소라고둥 껍데기에 구멍을 뚫어서 부는 뿔피리”인데, “부풀려서 큰소리 친다”고 할 때도 쓰인다.


그러니까 우리말 ‘허풍’은 중국의 ‘콰장’과 일본의 ‘호라’와 가깝고, 한자말 ‘虛風’과는 동떨어진다.

‘허풍’을 한자로 더럽히지 말고, 우리말 ‘허탕, 허파’나 ‘허허벌판’의 ‘허’와, ‘풍’(거짓말), ‘갈풍’(갈댓잎 피리), ‘패풍치다’(헤살하다) 들의 ‘풍’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갈풍’에도 ‘風’자를 넣었는데, ‘골수’의 우리말 ‘뼛골’에도 ‘骨’자를 넣는 사전이니까 믿을 것이 못된다.

‘虛風’은 ‘남쪽바람’이고, ‘허풍’은 “부풀린 말짓”이니, 혼동도 하지 말고, 사실대로 갈라써야 한다.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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