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제막식 당시 올렸던 친필 현판(왼쪽)과 이듬해 3월 다시 고친 현재의 현판(오른쪽). 한눈에도 필체가 구별된다. 노형석 기자, <정부기록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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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복원 현판 맘에 안든다" 현재 글씨 제막식때와 달라…정부기록엔 안남겨 광화문 현판 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8년 광화문 복원 당시 내건 친필 현판을 이듬해 현재의 글씨로 바꿔 내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한겨레>가 광화문 관리 업무를 맡았던 당시 정부 관계자와 문화재청 등을 취재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은 69년 3월 광화문에 내걸린 자신의 현판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당시 광화문을 관리하던 총무처에 지시해 현판 글씨를 지우게 한 뒤 그 위에 흘림체풍의 새 글씨를 새기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정부 직원으로 글씨 수정 작업에 참여했던 ㄱ씨는 25일 문화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현판의 현재 글씨는 1968년 12월 복원 당시의 글씨가 아니다. 이듬해 박 대통령이 다시 수정한 글씨”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현판 글씨와 68년 광화문 제막식 때 찍은 정부 기록 사진의 현판 글씨는 한눈에도 판연히 다르다. 현재 글씨는 한자의 행서체에 해당하는 흘림 궁서체 글씨다. 하지만 제막식 때 찍은 현판 친필 글씨는 획이 툭툭 끊어지는 예서체 형식의 투박하고 삭막한 글씨체여서 쉽게 다른 글씨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새 글씨 교체 과정에 대해 “먼저 돋을새김으로 새겼던 원래의 친필 글씨를 밀어 버린 뒤 현판을 다시 파서 새 글씨를 돋을새김했다”며 “정부 공식 기록에는 (현판 교체 사실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서예계 인사는 “원래 글씨는 90년대 철거당한 탑골공원의 박정희 친필 삼일문 현판 글씨와 비슷하다”며 “광화문 현판 교체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비사”라고 말했다. 광화문은 68년 복원 이후 당시 정부청사로 쓰인 중앙청(광화문 뒤에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은 총무처가 80년대 중반까지 건물을 관리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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