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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4 16:14 수정 : 2005.01.04 16:14

엉성한 음악이 가장큰 실패요인

뮤지컬 <드라큘라>가 2004년 최악의 실패작 목록 3위에 오르며 개막 5개월만인 2005년 1월2일 일요일 마티니 공연을 마지막으로 7백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1위는 보이 조지를 소재를 한 뮤지컬 <타부>로 1천만불의 적자를 냈다. 투어 공연 수익을 고려하지 않은 현 시점의 적자액이다.

<드라큘라>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우리나라에서는 <지킬과 하이드>로 유명한데, 그 이후 세 작품을 브로드웨이에서 올렸으나 모두 참패를 기록했다. 97년 개막작인 <스칼렛 핌퍼널>은 두 번이나 극장 문을 닫아걸고 버전 업을 시도하는 유례없는 파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그 다음 작품인 <남북전쟁>도 8달만에 막을 내렸을 뿐 아니라 이번에 <드라큘라>마저 5달만에 막을 내리며 그의 작품 가운데 최단기 공연, 최고의 적자액을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뮤지컬 제작비는 치솟고 있지만 흥행 비율은 그와 함께 상승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의 요인을 보자면, 무엇보다도 우수한 작품의 완성도가 우선되겠지만 개막 당시의 분위기, 배우의 열연, 게다가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미묘한 무엇인가가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기대되는 작품이라도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실패작은 다르다. 이유가 분명하다. 하다못해 작품성이 지나치게 뛰어나다는 것조차도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실패의 원인은 스태프간의 불화가 단연 으뜸이며, 그 안에는 당시의 유행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제작진의 독선, 연출가와 작가의 불화, 무리한 무대기술의 사용으로 인한 기술적 결함 등이 포함된다.

<드라큘라>의 경우, 이에 앞서서 무리한 제작일정에 밀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품을 놓아버린 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음악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2막에서 드라큘라를 쫓아가는 일련의 클라이맥스에서 사용된 브릿지 음악은 <지킬과 하이드>에서 사용된 브릿지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여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음악만이 아니라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서도 기존의 작품인 <지킬과 하이드>를 살짝 뒤집어놓은 듯 안이한 흐름을 따라간 것도 비평가와 관객을 동시에 실망시켰다.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막과 무대 디자인에 비해 화려함만을 추구한 의상디자인의 부조화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런 결점들도 사실 작품이 좋았다면 눈감아 주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지극히 미국적인 팝발라드 스타일의 음악을 사용하지만 소재에 있어서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같은 장중한 유럽 스타일을 추구해온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의 <드라큘라>는 90년대 후반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고전해온 ‘장중한 유럽 스타일’의 뮤지컬을 다시 한 번 시험해 본 셈인데 결과는 참담했다. 그러나 흥행 참패의 원인을 관객의 입맛변화로 변명하기에는 <드라큘라>의 작품 완성도가 확실히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과연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은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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