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27 17:38 수정 : 2005.01.27 17:38

두 철학자 난상 토론

모처럼 수준과 의미를 두루 갖춘 본격 학술논쟁이 펼쳐진다. 학문의 주체성 문제를 한국 사회의 새로운 주체형성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고품격’ 논쟁이다.

민예총 문예아카데미와 참여사회연구소는 29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공동 학술토론회를 연다. 주제는 ‘나르시스의 꿈을 넘어 - 탈식민주의와 시민적 주체성의 진보’다.

이 자리가 마련된 사연이 깊다. 첫 출발은 <교수신문>에 실린 한 서평이었다.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교장의 <나르시스의 꿈>(한길사)에 대해 장은주 영산대 교수(철학)가 <교수신문> 지난해 9월10일치에 비판적 서평을 실었다. 여기에 김 교장이 반론을 실으면서 두 철학자의 ‘지상논쟁’이 11월 중순까지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나 이는 ‘1회전’에 불과했다. 반년간지 <시민과 세계> 편집장을 맡고 있는 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제학)가 “대단히 중요한 논쟁”이라며 ‘확장’을 시도했다. 오는 3월 발간될 <시민과 세계> 7호에서 이를 특집으로 다루기로 하고, 먼저 난상토론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 결과를 따로 단행본으로 낸다는 계획도 세웠다. ‘식민지성’에 깊이 젖어든 학계 전체의 각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 문제를 사회적 화두로 앉히려는 기획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논쟁의 축은 한국 학문의 ‘식민지성’에 대한 반성이다. 김 교장과 장 교수의 출발점은 이 점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두 철학자는 학문 주체성 형성의 방향을 놓고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김 교장은 한국 근대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서양정신사를 “단 한번도 타자적 정신으로 자기 자신을 상실한 적이 없는 나르시시즘”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다시 서양정신사의 “편협한 자기중심주의와 ‘홀로주체성’”과 연결된다. 여기서 서양정신의 자기보존은 우리의 자기상실과 동전의 양면이다. 이 둘의 “만남을 통한 ‘서로주체성’의 형성”이 그의 고민이다.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교장
장은주 영산대 교수
주체성 형성 방향 온도차
지상논쟁이어 29일 2회전


장은주 교수는 김 교장의 논리에 숨은 ‘우리 안의 나르시시즘’을 비판한다. 서양철학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우리 문화의 억눌린 나르시시즘만을 자극”한 것이 아닌지 되묻는다. “우리를 억눌러왔던 서양 철학에 대한 통쾌하고 근본적인 비판”이 “초라하고 못난 ‘우리’의 슬픔에 대한 위무”로 쉽게 번지고 “성급한 ‘우리’의 개입과 작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토론회의 더 큰 의미는 학문의 주체성 문제를 한국사회의 새로운 ‘주체형성’의 문제로 확장시키려는 데 있다.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진보의 영역을 개척하는 데 힘써온 참여사회연구소가 이 문제를 끌어안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구의 ‘근대설정’을 넘어서는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전망 창출의 단서를 이 논쟁으로부터 얻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논쟁은 한국적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린 “철학적·이론적 과제이자 사회적·실천적 과제”(장은수)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의 사회로 진행될 토론회에는 김상봉 교장, 장은주 교수 등 논쟁의 주역들은 물론, 이병천·김선욱(숭실대)·박구용(전남대)·정세근(충북대)·김세서리아(성균관대)·최현덕(<코리아포럼>편집장) 등 철학자들이 토론자로 참가한다. 참가 문의는 문예아카데미 홈페이지( www.myacademy.org ) 또는 02-739-6854.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