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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7 19:35 수정 : 2005.01.27 19:35

“아버지…당신이 미웠어요”

다니구치 지로의 <아버지>(애니북스 펴냄)가 나왔다. 일본에선 1995년 단행본(원제는 <아버지의 달력>)으로 소개되었는데 2001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수상할 만큼 최근까지 상찬이 이어진 작품이다.

이렇게 화려한 책 바깥과 달리 책속은 소박하다. 군더더기 없는 펜선따라 전해지는 이야기는 한없이 나직하다. 만화적 과장과 왜곡 따위가 일절 배제됐다. 하지만 속 깊이 울리는 것은 곡절의 삶을 지나온 ‘가족’을 섬세하게, 사실적으로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 듣는 요이치. 미동도 없이 두 가지를 셈해본다. 아버지의 나이, 그리고 자신이 고향을 떠나 지내온 세월. 15년이었다. 고향 도토리현에서 도쿄까지 기차로 8시간이 걸리는 거리가 비행기 1시간 거리로 줄어드는 데 걸린 시간인 셈. 반면 자신은 애면글면 가족, 특히 아버지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발버둥쳤던 아득한 시간이었다.

중학교 때 “아직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무력을 뼈저리게 느”낄 만큼 아버지가 싫었던 요이치. 이유는 초등학생일 때 지켜본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이었다. 그 탓이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장난감을 든 꼬마 요이치의 머리를 봄볕이 지나고 있었고, 한쪽에서 이발사인 아버지는 손님의 머리를 깎고 있었다. 요이치에게는 이것이 ‘고향’이고 ‘가족’이었지만, 아버지로 인해 풍경은 지워졌다고 확신했다.

‘가족사 곡절’ 나직이 되밟아

문상 때 만난 다른 가족들을 통해 요이치는 내막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각각 이유로 떠난 이가 다시 돌아와도 여전히 같은 품을 지닌 고향인 양 묵묵히 요이치를 지켜보고 기다렸던 아버지가 비로소 고향을 떠난 때였다.

다니구치의 실제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다. 이혼하게 된 배경 한 가운데 도토리 대화재 사건(1952년)이 있다. 6천이 넘는 가옥이 탔고 시가지의 3분의2가 잿더미가 된 재앙이었다. ‘가족’은 애썼지만 넘어서기 어려운 고빗사위였다. 지난해 소개되어 이미 감동을 줬던 또 다른 작품 <열네 살>처럼 따뜻한 실사영화를 한편 보는 듯하다. 다니구치 특유의 감성과 작법이 오롯하기 때문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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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루팅 사이트 문열어

만화계에도 중소기업형 난제가 있다. 만화 시장은 위축되어 있다고 하지만, 정작 만화 작업이 필요한 완구회사 따위의 기업체에선 적절한 만화가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만화 리쿠리팅 사이트가 최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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