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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8 18:56 수정 : 2005.01.28 18:56



한-중-일 역사교과서 매듭 단계
침략…저항…극복

28일 한·중·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윤곽을 드러낸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 사업은 동북아시아 평화를 향한 중대한 진전이다. 지난 한세기에 걸쳐 동북아 지역을 휩쓴 제국주의와 이념대립, 영토분쟁, 패권경쟁 등의 균열과 대립을 ‘공동 역사인식’의 지평 위에서 극복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세계시민 차원 평화정착 모색

<한겨레>가 입수한 <한·중·일 공동편집-동아시아 근현대사>(가제·이하 한중일 역사교과서) 초고를 보면, 이런 문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중등교과과정을 염두에 둔 이 교과서는 개항을 전후한 18세기부터 1980년대까지 세 나라의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일제의 침략과 지배, 이에 대한 저항과 극복을 중심축으로 삼은 역사서술에는 국경을 넘어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동아시아사’의 관점이 녹아있다. 세 나라의 여러 지식인의 글을 직접 소개하면서, 당시 각 민족국가 내부를 ‘역지사지’할 기회도 제공한다.

교과서 집필에 참가한 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일국적 관점을 넘어 동아시아 민중의 관점, 나아가 ‘세계 시민’의 차원에서 동북아 역사를 함께 살피는 게 이 교과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세 나라 지식인과 교사, 시민단체활동가 등 연인원 200여명이 꼬박 3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지난 2002년 3월 중국 난징에서 열린 ‘역사인식과 동아시아 평화포럼’이 출발점이었다. 세 나라에서 110여 명의 학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6개 분야에 걸쳐 무려 닷새 동안 연쇄 학술회의를 열었다. 일본 우익 교과서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이 자리에서 공동 역사교과서 마련을 위한 세 나라 시민들의 뜻이 모였다. “교과서 문제는 동아시아 역사인식과 평화정착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아시아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이후 ‘동아시아 평화포럼’으로 이름 지어진 대화 테이블은 서울과 도쿄, 베이징을 오가며 국제회의와 실무회의를 거듭했다. 한·중·일 각 10여 명씩으로 구성된 집필위원들은 목차와 쟁점을 정해 교과서 집필에 들어가는 한편, 초고를 세 나라 말로 다시 번역해 토론과 재집필을 반복했다. 29일부터 열리는 도쿄 국제회의는 3년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자리이자, 동북아 평화를 향한 또 다른 대장정을 알리는 시작인 셈이다.


“청소년에게 희망을” 메시지

이 교과서는 특히 일본 후소샤 역사교과서를 ‘의식’하고 있다. 기존의 자국 역사서술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며 올해 대대적인 역사교과서 운동을 벼르고 있는 우익 세력에 맞서, 평화공존의 역사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양미강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위원장은 “한·중·일의 양심적 시민세력의 연대는 대결의 기운을 높이고 있는 세 나라의 우익 모두를 향한 비판과 각성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을사조약 100돌, 해방 60돌을 맞는 2005년을 진정한 동북아평화의 원년으로 삼자는 동북아 시민들의 원대한 꿈이 공동역사교과서 발간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한중일 역사교과서>의 마지막 장은 그 꿈을 이렇게 설명한다. “동아시아는 천년 이상의 우호적 교류와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함께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에서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평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식이다. 희망의 미래를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 책을 읽는 청소년 여러분들의 몫이다.”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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