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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거스키의 99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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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 사진 “영화 저리가라”
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화가들은 사물을 닮은꼴로 표현하는 데 매달리지 않고 오직 화폭 위의 그림의 색감, 형태 자체를 파고 들어갔다. 작가 개인의 정체성 자각을 그렇게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풍경을 거의 똑같이 재현해 버리는 사진가들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해왔을까.
2월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소격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독일의 세계적인 사진거장 안드레아스 거스키와 토마스 슈트루트의 2인전 출품작들은 그런 의문에 대한 냉정한 답변이다. 메시지 대신 사물을 보는 시선 자체를 철저히 조율하며 볼거리로 만든 스펙터클한 작업들 10여 점을 보여준다.
컴퓨터작업 실사 극대화
회화적 감성도 살아있어
그림보다 비싼값에 거래
현재 세계 사진시장에서 수십만 달러를 호가하며 최고가에 작품을 팔고있는 거스키와 슈트루트는 90년대 이후 사진시장을 평정한 독일 뒤셀도르프 아카데미 학파출신의 작가들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들 작업은 20년대 사물의 객관적 실재를 철저히 포착하는 기록사진 성격의 독일 신즉물주의에 바탕해 있다. 이런 미술사적 토대 위에 현대 소비사회에서 시각 또한 소비대상으로 삼는 대중들의 호기심과 감성을 적절히 녹여넣은 결과물이 바로 특유의 스케일 큰 파노라마식 사진들이다.
출품작들은 영화보듯 감상한다는 말이 어울린다. 1층 전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가득 운집한, 거대한 실내 특설경기장을 찍은 거스키의 대작이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주체가 아닌,그림을 구성하는 색점처럼 짜맞추어진 객석의 인파와 사각 링 속에 모인 여러 선수와 매니저들의 모습 등은 냉정한 시선의 거리감 속에 소비사회의 기계적 얼개를 드러내준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 여러 사진들을 끼워맞춰 거대이미지를 선보이는 거스키의 이런 작업은 홍콩 증시객장의 연속 장면이나 99센트짜리 물품 의 획일적인 진열대 이미지에서도 ‘성찰없는’ 냉혹한 시선으로 나타난다. 슈트루트는 유명한 <뮤지엄>연작을 통해 들라크르와 명작 앞에 모인 관객들이나 독일 페르가몬 박물관의 석조신전 유물 혹은 밀라노 대성당의 장엄한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관객들의 모습을 통해 사진이 바로크 회화처럼 또다른 그림의 감성을 선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미술사 외피 속에 전문가와 대중을 동시에 자극하는 거장의 아트사업가적 기질 또한 비춰주는 전시다. 작업흐름을 보여주기에 작품수가 빈약하긴 하지만. (02)737-2504~5.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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