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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1 16:49 수정 : 2005.02.01 16:49

브로드웨이 발레라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어낸, 빌리 조엘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무빈 아웃>



음악적 심도와 ‘쉬운 길’ 사이 줄타기

1999년 뮤지컬 〈맘마미아!〉가 런던에서 개막했을 때 그 작품에 대한 기대는 런던만이 아니라 뉴욕의 관객들까지 후끈 달구어 놓았다. 작품이 기가 차게 재밌다는 입소문은 물론 뉴욕의 대형 레코드가게에 뮤지컬 〈맘마미아〉 앨범이 실시간으로 진열되었고, 2001년 가을 〈맘마미아!〉가 뉴욕에서 개막하자 이 작품은 즉시 흥행수위 상위권에 오르며 현재까지도 할인티켓이 나오지 않는 최고 흥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런던에서는 비평가들과 관객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맘마미아!〉이지만 뉴욕에서는 사정이 좀 달랐다. ‘뮤지컬’을 위해 새로 작곡된 오리지널 스코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뮤지컬의 탄생지로 자부하며 오리지널 창작곡을 당연시 해왔던 브로드웨이에 일대 충격을 가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맘마미아!〉의 성공으로 런던과 뉴욕의 뮤지컬 제작자들의 머릿속에는 두 개의 전구가 번쩍 켜졌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가수라면 퀸부터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그저 골라잡으면 될 일이고, 비평가들의 혹평쯤은 가수의 유명세로 비켜갈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기존 유명 가수의 곡에 줄거리를 꾸미는 방식은 당연히 런던에서 붐을 이뤘고 영국의 뮤지컬 작곡가들이 다 죽어간다는 한탄 섞인 비명이 대서양 건너 뉴욕까지 들려왔다. 어쨌든 뉴욕에서도 빌리 조엘의 〈무빈 아웃〉이 개막했는데, 이 작품은 모던 댄스 안무의 거장인 〈시카고〉의 트와일라 사프를 초빙해 노래와 춤을 완전히 분리한 새로운 뮤지컬 형식을 선보였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2004-2005년 시즌에는 비치 보이스와 죽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가담하는데, 비치 보이스의 〈유익한 떨림〉(Good Vibrations)은 이미 막을 올렸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올 슈컵〉(All Shook-Up)은 2월의 프리뷰를 앞두고 악평의 세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예매율 60%를 밑도는 〈유익한 떨림〉을 지켜보며 떨고 있다. 이는 올봄에만 무려 네 명의 팝가수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경쟁한다는 뜻이다. 이걸 지켜보는 뮤지컬 작곡가들의 속은 쓰라리겠지만 이런 시도들을 대놓고 욕할 수는 없다.

애당초 돈 벌자고 시작되었던 뮤지컬이 스티븐 손드하임 이후 예술적 심도까지 더해가는 경향을 보이면서 뮤지컬 음악도 조금씩 어려워져 왔다. 이런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은 〈캐럴라인, 아니면 푼돈〉(Caroline, or Change)의 작곡가 지닌 티소리다. 티소리는 뮤지컬 팬들보다 뮤지컬 작곡가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높다. 마치 한 편의 교향시를 쓰듯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차분하게 뮤지컬 안에서 전개하는 그의 음악은 매우 지적이고 깊이가 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는 오페라 무대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음악의 성취도를 원하는 신진 작곡가들의 바람과 기존 가수들의 곡을 쓰는 ‘쉬운 길’을 택하고픈 제작자들 사이에서 브로드웨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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