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마음 편한 말 |
리승만이 대통령을 두 차례나 하고도 그 노릇을 더해 보려고 1954년 엉터리 ‘사사오입 개헌’으로 연임할 길을 연 뒤 56년 자유당을 통해 다시 제3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해공 신익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리승만을 또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고 했던 자유당 무리들은 “구관이 명관이다!” 하면서 시끄럽게 외쳤다. ‘구관’이 차이나 말이고 ‘명관’이 또한 차이나 말이다. 말뜻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생기가 없게 된 것이다. ‘구관’이라는 차이니스 한족 글자를 알고 쓸 수 있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 아니했다.
민주당은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했다. 모두 우리가 흔히 쓰는 배달말이다. 초등학생들도 노래를 부르면서 흥겨워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란 말을 들었을 때 눈에 눈물이 도는 것이었다. 해공이 당선되기로 천심이 돌았는데, 호남지방으로 연설을 가던 열차 안에서 뇌일혈로 급사했다. 당시 배달겨레가 많이도 울었다.
정치는 말로 한다. 배달말을 자연스럽게 써서 호소하면 감동이 되어 눈물이 나오게 된다. 뿌리 없는 말을 사용하면 백성들이 외면하게 된다. 배달말이 아니면 뿌리 없는 말로 된다. 자유당에서는 “갈아봐야 별수없다” 식으로 맞받았지만 이는 말꼬리 잡기에 그칠 뿐이었다. 리승만 독재 정권은 마침내 네 해 뒤 사일구 혁명으로 무너진다. “못살겠다 갈아보자!”가 살아난 것이다.
더구나 ‘국민’이라는 일본말을 사용하면 전날 일본 총독이 연설하는 것으로 들린다.
“배달겨레 어르신들!”이라고 말하면 길 가던 사람이 발을 멈추고 연설을 듣게 될 것이다. 듣는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사람이 나왔다고 모여들게 되리라.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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