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화에 등장하는 남근 이야기는 시골 마을의 동네 어귀에 서있는 남근석과 이에 대한 민간 기복신앙으로 남아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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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향한 욕망 “커져라, 세져라” 매일 메일을 열면 스팸메일을 지우는 것이 일이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 일상인들의 최근 풍경이다. 그런데 근래 자주 눈에 들어오는 불법 메일이 있다. “확실하게 크게 해 드립니다.” 크게 해 준다고? 뭘? 대충 짐작은 갔지만 호기심에 몰래 열어보니 작은 ‘거시기’를 크게 만들어준다는 광고였다. 이런 억지 광고가 인터넷을 통해 빈번하게 흘러든다는 것은 크기에 대한 남성들의 욕망을 반증한다. 공중 목욕탕에서 남의 것을 힐끔거리는 일도 그런 까닭이다. 사춘기 무렵 대개 한번씩 해보는 일이 자로 길이재기, 친구하고 대보기가 아니었던가. 크기는 성적 만족이나 생식능력과 무관하다는 의사들의 심심찮은 교화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크기에 대한 집착과 콤플렉스는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 여성들의 성형 열풍 곁에 남성들의 또다른 성형 열정이 기립해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이 ‘더 크게’의 비밀에 대해 신화는 어떤 실마리를 줄 수 있을까? 신화가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큰 것에 대해서는 신화도 할 말이 적지 않다. 잠시 눈을 감고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울산 반구대의 바위그림을 떠올려 보라. 춤을 추고 있는 남성상에 돌출된 거대한 성기를. 그게 안 떠오른다면 신라 토우의 두 다리 만한 가운뎃 다리를 생각해 보라. 이런 그림을 새기고 조각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겠는가? 반구대 암각화나 신라 토우의
커다란 성기는
풍요로운 생산력 소망 넘어
국가권력의 상징으로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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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신의 거인 형상은 세계 창조신화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우리 신화의 미륵과 중국 신화의 반고는 천지를 밀어 올려 세계를 창조할 정도로 몸집이 크다. 창조신의 몸집의 크기는 바로 그가 창조한 세계의 크기이다. 천지를 개벽한 창조신의 몸이 해체되어 해와 달, 별과 산천 등 만물로 변형되는 것은 창조신이 세계 자체라는 것, 다시 말해 ‘창조신=자연’이란 뜻이다. 이는 마고할미나 설문대할망과 같은 창조여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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