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
말과 이야기 |
말이 씨앗이라면 이야기는 가지와 잎사귀, 꽃이 핀 나무다. 생각·뜻·꿈·마음들은 땅이나 햇볕과 같은 바탕, 곧 말 이전 현상이다. 이들도 말로써 생각하고 뜻을 품으며 꿈꿀 수 있겠으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니. 일부러 하는 참선·묵상들도 그렇다. 그쪽 연구도 말·글로써 푸는데, 그만큼 풀이에 한계가 있다.
말(말씀)은 말하는 환경에 따라 “가로다(가로되, 가라사되), 이르다, 일컫다, 사뢰다, 아뢰다, ??다, 외다, 털어놓다, 밝히다, 말하다 …” 따위로 다양하게 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말은 많이 하되, 그것과 관련된 사투리가 없고, 그 말밑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는 점이다. 그만큼 오래 널리 쓰였다는 얘긴데, 이에 견줘 ‘이야기’ 쪽은 사투리가 많고 말밑도 꽤 드러난다.
지금까지 옛말을 더듬어 정리한 것을 보면, “입아괴〉입아귀〉니 귀〉니아귀〉니야기〉이야기”로 나온다. ‘입+아귀’(吻+口)에서 왔다는 얘기인데, ‘입아귀’는 ‘입귀’와 함께 본디 뜻과 형태로 엄연히 살아 있다.
사투리로 가면, ‘이바구·이박·이약’(경상·전라)이 두드러지고, ‘이에기·예기·이야그·야그’도 간혹 쓰인다. 특히 ‘이바구·이박·이약’들엔 옛말 흔적이 뚜렷하다. 그러나 ‘녜아기’와 이야기, 옛이야기의 관계는 궁금하다.
‘이야기’가 얼굴 기관 중에서도 ‘입’에서 나왔다는 건 그럴싸하지만, 여전히 좀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듯싶다.
‘말’은 입을 통해 하는데도, 목·머리·마음의 ‘ㅁ’ 정도가 일치할 뿐 딴 관련성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그 비롯됨을 몸 밖의 사물들, 곧 마을(관청), 모꼬지, 모임 같은 터놓은 데서 뜻을 주고받는 행위 쪽도 살펴 볼 일 아닐까? 이는 학자들의 몫이겠다.
최인호/교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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