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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3 19:23 수정 : 2005.02.03 19:23

민주화운동사업화 ‘…전개와 성격’

자유민주주의는 ‘금과옥조’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다. 정치권에서 상대를 비방할 때 처음 드는 회초리가 자유민주주의다. 이를 반박하는 방패도 자유민주주의다. 한국의 정치·사회·이념 논쟁의 축은 “누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자인가”에 모이고 있다.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전개와 성격>(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펴냄, 송병헌·이나미·김면회 지음)은 조금 달리 묻는다. “도대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뭔데?”

이 책 제목에 붙은 ‘한국’이라는 머리표와 ‘전개와 성격’이라는 꼬리표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이 제목에 그 핵심이 담겨 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그 본류와 다르다는 것이고, 이 사실은 지난 반세기를 돌아보면 쉽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나아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자유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논란의 ‘편협성’을 꼬집겠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미래에 놓인 암울한 먹구름을 헤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전체주의에 맞선 ‘냉전 자유주의’
자유주의 원리 무시한채 왜곡 거듭
최근 미국식 신자유주의까지 덧칠

로크로 대표되는 고전적 자유주의는 표현과 소유의 자유를 주창한 시민계급의 이념이었다. 벤담은 공리주의적 자유주의를 통해 평등 개념을 덧붙였다. 밀은 자유주의에 (참여)민주주의 요소를 수용해 자유민주주의를 탄생시켰다. 여기까지가 ‘고전적 자유주의’의 흐름이다.

%%990002%%현대 자유민주주의는 이후 분화와 변화를 거듭한다. 대표적인 것이 홉하우스가 주창한 신자유주의다. 이는 최근의 신자유주의와 정반대의 맥락이다. 자유의 제한을 통해 평등한 자유의 향유를 강조하는 홉하우스의 신자유주의는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말한다. 복지자본주의의 정치이념이다.

그러나 한국이 받아들인 자유민주주의는 ‘냉전자유주의’다. 2차 대전 직후 냉전시기 탄생한 이 이념은 공산주의 등 전체주의에 대한 반대가 중심이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냉전자유주의가 “자유주의의 근본 원리를 희생한 ‘자유주의의 배반’”이라고 비판한다. 그 결과 “자유의 이념은 형해화됐고 평등의 원리는 부재한” 자유민주주의가 한국적 자유민주주의의 ‘원형’이 됐다.

불행은 이조차도 왜곡을 거듭했다는 점이다. 이승만은 민족적 민주주의(일민주의)를 주창하면서 ‘홍익인간’ 등 고대의 신화·전승으로부터 자신의 ‘반 민주주의’를 덧칠했다. 박정희는 반공민주주의에서 출발해 한국적민족주의라는 국가주의에 자리 잡았다. 이 시기 자유민주주의는 외려 “남의 민주주의, 환상적 민주주의”라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민주화는 결국 이런 ‘사이비 민주주의’를 저지하는 진전이었다. 그러나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원형에 내장한 기형의 요소는 아직 제거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란 “왜곡된 냉전자유주의에서 출발해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귀결되면서, 시장주의·반공주의와 동일시되는 차원으로 축소”된 이념이다.

지은이들은 자유민주주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을 제안한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진보성과 보수성을 내장한 자유민주주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이 사상의 (고유한) 관념적 지향점이 아니라, 그 사회의 현실과 발전수준”이기 때문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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