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11 13:02
수정 : 2019.03.1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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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로 등록예고된 <매천야록>7책 가운데 권2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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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병합 뒤 순국한 황현의 역사기록집 등록예고
초고 <오하기문>과 유고, 절명시 시문 등도 문화재로
윤희순 의병가사집·한양대 옛 본관도 등록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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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로 등록예고된 <매천야록>7책 가운데 권2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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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야록>권1의 내용 가운데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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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병합된 직후 자결한 선비지사 매천 황현(1855∼1910)의 역사기록집 <매천야록(梅泉野錄)>이 나라의 공식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매천야록>과 이 저술의 초고집 격인 <오하기문(梧下記聞)>의 친필원본, 유묵·시문첩 등 매천이 남긴 항일유산 4건의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고 11일 발표했다.
<매천야록>은 구한말 나라의 어지러운 사정을 전해주는 황현의 대표적인 저술로 유명하다.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 조선 조정 실력자로 등장한 1864년을 기점으로 일제가 국권을 앗아간 1910년 경술국치까지의 주요 사건과 일화들을 7책에 간추렸다. 구한말 국내 정치가들의 무능과 비행을 까발리면서, 일제의 침략 양상과 이에 맞선 민중의 저항 운동 등을 자유로운 야사체 글투로 적고있다. 기존 정사류에 없는 국권쇠망·상실기의 생생한 사회상이 담겨 한국 근대사를 밝히는 소중한 사료로 평가받아 왔다.
<오하기문>은 오동나무 밑에서 썼다는 뜻의 표제를 단 매천의 또다른 역사기록집이다. <매천야록>처럼 19세기 후반~1910년 이땅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실들과 의병 등의 항일활동이 상세히 쓰여졌고, 분량 역시 7책이어서 <매천야록>의 초고본으로 추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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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천야록>의 초고로 추정되는 <오하기문>의 친필기록중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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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예고된 다른 매천 관련 유산들은 친필 시문 7책과 저술·지인들의 편지·당대 신문을 묶은 유묵 자료첩 11책, 1888년 생원시 장원급제 당시 작성한 시험지인 시권·왕명서 교지, 자료들을 보관한 백패통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대월헌절필첩’에는 자결 직전 머물던 전라도 구례 집 사랑채 대월헌에서 쓴 절명시 4수가 서간 등과 함께 들어있다. ‘무궁화 삼천리 시들어 떨어지고…이승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어렵구나’란 유명한 싯구를 살펴볼 수 있다. 매천 관련 자료들 가운데 ‘절명시’와 친필 모음 ‘사해형제(四海兄弟)’의 일부 복제본은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전 그날’(4월12일까지)에서 전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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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월헌절필첩’에 실린 매천의 절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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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책의 매천시문집. ‘시고’와 ‘시초’, ‘문초’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번에 모두 문화재로 등록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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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이와함께 대한독립단에서 활동했던 여성운동가 윤희순(1860~1935)이 의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은 가사집도 등록예고했다. 거의 전하지 않는 여성독립지사의 문집이란 희소성이 크고, 순한글로 기록해 국어학사, 국문학사 측면의 의미도 깊다. 청은 이밖에, 1956년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건립된 한양대 옛 본관을 등록예고하고, 1964년 지어진 서울 보라매공원 옛 공군사관학교 교회는 문화재 등록을 마쳤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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