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6 20:19
수정 : 2019.05.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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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각) 네르웨이 오슬로 ‘미래도서관 숲'에서 흰 광목천으로 싼 소설의 원고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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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올해의 작가
2014년부터 매년 1명씩…2114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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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각) 네르웨이 오슬로 ‘미래도서관 숲'에서 흰 광목천으로 싼 소설의 원고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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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공공예술단체 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각) 한세기 뒤인 2114년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를 전달했다.
2014년 시작한 미래 도서관 사업은 매년 1명씩 모두 100명의 작가를 선정해 100년간 키운 나무 1000그루를 사용해 2114년 작품을 출판하는 노르웨이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문학에 대한 기여도,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잇는 상상력을 다룬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한다. 한강은 다섯번째 참여 작가이며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다.
한강은 이날 수도 오슬로 외곽 ‘미래 도서관의 숲’에서 열린 원고 전달식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흰 천으로 ‘한글 원고’를 싸맨 뒤 제목을 발표하는 의식을 치렀다. 소설 제목만 알려졌을 뿐 분량과 내용, 주제의식 등은 모두 비밀에 부친 한강의 원고는 앞으로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된다.
한강은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흰 천은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이불·홑청으로 쓰인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달 말 미래 도서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을 때 발표한 소감문을 다시 읽었다. “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인간의 역사는 아직 사라져버린 환영이 되지 않았고 이 지구는 아직 거대한 무덤이나 폐허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믿어야만 한다.”
오슬로 시장과 시민 등 200여명이 참여한 이 행사는 약 30초 동안 침묵한 채 ‘노르웨이 숲'의 바람 소리, 새 소리, 벌레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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