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4 11:03
수정 : 2019.06.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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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다섯번째 머스터 매직샵’의 생중계 장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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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머스터 매직샵’ 유료 생중계 체험기]
버퍼링으로 끊길까 공연 내내 조마조마
화면 가득 무대 클로즈업은 대만족
채팅창으로 해외팬들과 공감 만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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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다섯번째 머스터 매직샵’의 생중계 장면.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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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치킨, 그리고 노트북.
모든 준비는 끝났다.
5, 4, 3, 2, 1!
“여러분 준비됐나요?”
아르엠(RM)의 질문에 입이 아니라 손으로 대답했다.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다. “네엣!!!!!”
23일 오후 7시. 방탄소년단의 팬미팅 ‘BTS 다섯번째 머스터 매직샵’이 시작됐다. 하지만 여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아닌 안방 1열.
최근 방탄소년단의 영국 웸블리 공연을 계기로 돈을 내고 인터넷으로 콘서트 실황 공연을 보는 유료 생중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생중계 서비스 브이라이브플러스(V LIVE+) 관람료가 3만3000원이었는데도, 전세계 14만명이 보고 46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공연업계에서는 방탄소년단 웸블리 공연을 기점으로 공연 실황 중계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귀만 기울여도 되는 클래식도 아니고, 방방 뛰며 소리 질러야 제맛인 콘서트를 화면으로 보는 게 재미있다고?
관객의 열기까지가 공연의 완성이라는 ‘현장주의자’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직접 접속해봤다. 브이라이브플러스는 이날 방탄소년단 팬미팅 ‘매직샵’ 현장도 전세계로 생중계했다. 방탄소년단의 데뷔일에 맞춰 진행되는 ‘팬파티’를 유료 생중계한 적은 있지만, 웸블던 공연 이후 생중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여서 이날 팬미팅은 유독 더 관심을 끌었다. 아미가 아니어도 방탄소년단의 팬미팅에 참여할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생중계를 보려면 우선 코인을 사야 했다. 방탄소년단 서울 팬미팅은 1000코인이 필요했다. 순간 1000원인줄 알고, 엄청 싸다 싶었는데 현금으로 치면 2만2000원(실제 현장 티켓은 8만8000원)이다. 생각보단 비싸다. 코인을 충전하러 가니 1000코인이 없다. 600코인(1만3200원) 다음에 바로 1200코인(2만6400원)이다. 어쩔 수 없이 1200코인을 샀다.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는 돈을 모아 코인을 함께 구매하자는 글도 더러 눈에 띈다.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현장이었으면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며 다른 아미들과 섞여 있는 그 자체로 흥분이 됐겠지만, 집에서 혼자 보고 있으니 마치 회사에서 이어폰으로 ‘아모르파티’를 듣는 기분이다. 겉으로는 태연한데, 랜선 속에서는 난리가 난다. “아 저 너무 떨려요.” “빨리 나와라.” 팬미팅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화면 옆 채팅창에 글이 올라온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와 한글 등이 섞였다. ?브이앱 이용자의 70%가 해외라더니 전세계 아미들과 한 화면을 보고 있는 이 분위기는 정말 ‘인터내셔널’했다. “어디서 왔느냐”, “외국에도 이런 콘서트 생중계가 있느냐” 등 질문을 던져봤지만 대답은 없다. 왜? 올리자마자 다음 글들이 쑥쑥 올라와 순식간에 화면창 목록에서 휙휙 사라져 읽어볼 틈도 없다.
치열한 티케팅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어 마음은 편안한데, 안방 1열은 나름대로 불안함이 도사린다.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접속 폭주로 버퍼링이 생기면 어쩌나 조마조마해진다. 그래서 생중계 경험자들은 꼼꼼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웸블리 콘서트 생중계를 본 문아무개씨는 “컴퓨터를 재부팅시키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함아무개씨는 “사전에 반드시 영상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른 브이라이브 영상을 틀어보며 속도를 체크한다”고 말했다. ‘제발 끊기지 마라’ 안방 1열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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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BTS 다섯 번째 머스터 매직샵’ 팬미팅 장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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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만 응시하고 있으니 내부 사정을 모르는 것도 답답하다. 시작 시간이 됐는데도 소식 감감. 현장 화면이 뜨지 않는다. 무대 공연이 늦게 시작된 건지, 공연은 시작했는데 전송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 컴퓨터 문제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이럴 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나만 안 나오나요? 여러분들 나오나요”를 채팅창에 치니 “저도 안 나옵니다. 현장에서 지연되나 봐요” 라는 답이 속속 올라온다. 안심. 함아무개씨는 “어떤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는지 친절하게 자막으로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시작되자 실제 함성 못지않은 소리 없는 아우성, 랜선 함성이 시작된다. 눈으로는 화면을 응시하고, 손은 자판을 두드리기 바쁘다. 벅찬 마음을 같은 마음들과 채팅으로 나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뒤로 세 발짝만 물러놔 달라”는 아르엠의 얘기에 집에서도 컴퓨터 뒤로 물러났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시작되자 초반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서인지 중간 중간 버퍼링도 걸렸다. 이럴 때도 팁이 있다. “해상도를 너무 좋게 하지 말고 한두 단계 아래로 하면 좋다.” 채팅 화면 속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화질을 조금 낮추니 버퍼링 없이 방탄소년단을 즐길 수 있었다. 톡을 하며 드라마를 보듯, 화면을 보며 수많은 아미들과 채팅으로 대화를 하며 공연의 감상을 주고 받으니, 아쉬운 대로 함께 즐기는 기분은 들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또 버퍼링이 걸릴까 계속 조마조마했다.
초반 버퍼링을 제외하면 화질도, 음질도 깨끗했다. 네이버는 웸블리 콘서트 실황 생중계를 위해 서버를 늘리는 등 화질과 음질에 신경썼다고 한다. 네이버쪽은 “이번 팬미팅 생중계를 위해 ‘메인화면+동서남북 캠’ 총 5개의 멀티뷰 라이브를 도입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360도로 펼쳐진 무대 곳곳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멤버들의 얼굴도 클로즈업과 풀샷 등 다양한 화면으로 즐길 수 있었다. 손키스를 날리는 진의 표정 등 현장에 가면 금손이 아니고서야 가장 먼 3층에서 아주 작게 찍을 수 있는 방탄소년단을 화면 가득히 볼 수 있는 것도 생중계만의 맛이다. 방탄소년단은 ‘점프’, ‘마 시티’ 등 총 19곡을 열창하며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그 열창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된 화면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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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팬미팅 ‘BTS 다섯번째 머스터 매직샵’이 22~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방탄소년단 소속사가 제공한 이 사진은, 팬미팅이 열리는 동안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플레이’를 보려고 모여든 관객들의 모습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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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황 중계는 콘서트 디브이디(DVD)를 보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현장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는 정도일까. 공연을 볼수록 저 현장 속에 같이 들어가 있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모락모락. 하지만 방탄소년단 팬이 아니어도 그들의 공연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중계는 나름 유용한 점이 있었다. 진의 애교 삼종세트를 팬미팅에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봤을까. “여러분이 나의 롤모델”이라는 지민의 얘기도 듣지 못했으리라. 호기심에 클릭했다가 아미가 된 이도 있었을 터. 이번 팬미팅은 부산(15~16일)과 서울(22~23일)에서 공연, 라이브플레이, 네이버라이브중계로 총 25만8000여명의 관객이 지켜봤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우리에게 마법 같은 일들이 정말 많이 벌어졌다. 그중 가장 마법 같은 일은 여러분들을 만난 것이다. 바쁜 일상 중 오늘 하루가 아미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었던 날이길 바란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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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다섯번째 머스터 매직샵’의 생중계가 종료 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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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미팅이 끝나고도 안방 1열들은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사랑해요” “보라해”를 외쳤다. 이게 또 안방 1열 만의 특권아니겠는가. 여운을 풀어놓다가 컴퓨터를 껐다. 어라, 치킨과 맥주가 그대로 있다. 멤버들을 놓칠라 눈은 화면에 고정하고, 손으로 함성을 치느라 바빠 닭다리를 잡을 틈이 없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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