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6 10:05
수정 : 2019.06.26 20:52
TV조선 25일 송가인 아버지 등장 장면 ‘전라디언’ 자막
일베서 호남인 비하 목적으로 사용하는 용어
제작진 “일베 용어인줄 모르고 사용” 사과
또 방송에서 ‘일베’ 용어가 등장했다.
<티브이 조선>(TV CHOSUN)이 25일 방송에서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의 용어를 자막으로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출연자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다. 송가인의 아버지는 콘서트를 앞둔 딸을 위해 보양식을 만들려고 민어를 손질하는데, 제작진은 이 장면에서 ‘전라디언’이라는 자막을 사용했다. 전라디언은 일베가 호남 지역인들을 비하하려고 만든 말이다. 포털 게시판에 나온 그 뜻을 찾아보면 ‘전라도인+인디언’을 합친 것으로,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인 ‘도’로 치부하지 않고 별도의 나라로 분류한다는 식이다. 또 인디언은 아메리칸 대륙 원주민에 대한 백인들의 비하적 표현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에 “신중하게 방송하라”고 항의하는 내용들이 줄시고 있다. <티브이 조선>은 논란이 일자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사과했다. <티브이 조선>은 “제작팀은 이 용어가 일베사이트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과에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 점은, 일베 용어, 장면 사용이 반복되는 실수라는 것이다.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문화방송)이 세월호를 조롱하려고 일베에서 만든 제작물을 사용하는 등 그동안 같은 문제가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각 방송국 제작진은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편집 뒤 최종 점검 과정에서 누구도 문제 의식을 갖고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점은 제작진의 책임론이 커진다.
특히 이번 ‘전라디언’의 경우는 일베 용어인줄 모르고 썼다는 해명도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그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언론사 제작진조차 일베 용어를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일상 용어처럼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제기된다. <티브이 조선>은 “앞으로 더 신중하고 주의깊게 방송을 살피겠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베 용어 사용과 함께, 전라도인을 지칭하는 단어를 사용해 지역 구도를 끄집어낸 것도 문제로 보인다”며 “(송가인을 배출한) <미스 트롯>도 방영 당시 지역 대결 구도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아내의 맛> 역시 굳이 전라도인을 지칭하는 말을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편집 뒤 여러 과정을 거쳤는데도 그런 부분조차 지적되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는 것은 회사 전체가 그런 것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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