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26 18:05
수정 : 2019.06.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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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 6월호에 실린 정재숙 문화재청장의 연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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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숙 청장, 한미사진미술관 수집품 조명
<월간미술>에 지금까지 10차례 글 연재
기자 시절 시작해 취임 뒤에도 계속 실어
‘문화유산 공직자’ 특정 컬렉션 띄우기 입길
정 청장 “6월호 마지막으로 끝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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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 6월호에 실린 정재숙 문화재청장의 연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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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나온 미술전문지 <월간미술> 6월호 말미(180~182쪽)엔 1950년대 초 색동옷을 입고 찍은 여자아이의 큼직한 돌사진과 이를 설명하는 글이 실렸다. 사진 주인공은 의약 재벌인 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의 부인이자 사진계 ‘실세 큰손’으로 꼽히는 한미사진미술관장 송영숙씨였다.
그가 60여년 전 고향 김천의 사진관에서 돌날 찍은 이 기념사진은 잡지 180쪽 한면을 가득 채운 크기로 게재됐다. 사진 지면에 이어 나오는 2개 면에는 ‘아기의 눈초리가 또랑또랑하다. 꾹 다문 입술이 야무지다…’로 시작하는 돌사진에 대한 묘사를 시작으로, 송 관장이 부모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은 인터뷰 내용, 돌 기념사진의 사진사적 의미를 담은 해설, 송 관장이 좀더 성장해 여섯살이 된 뒤 어머니와 찍은 또다른 생일 기념사진과 사진의 의미를 분석한 글들이 이어졌다.
이 연재물의 제목은 ‘위대한 사진 시리즈―한미사진미술관 소장품 노트’로, 필자는 ‘정재숙 미술칼럼니스트’로 표기돼 있다. 바로 지난해 10월 취임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이다.
그가 <월간미술>에 지난해 8월호부터 올해 6월호까지 기고해온 연재물 ‘한미사진미술관 소장품 노트’가 문화판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애초 이 연재물은 정 청장이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였던 지난해 여름 <월간미술> 8월호에 기고하면서 시작됐는데, 그가 문화재청장으로 취임한 10월 이후에도 잡지 말미에 기획 연재 형식으로 내용이 계속 실렸다. 국내 사진계 선각자인 일제강점기 서화가 김규진과 생활주의 사진으로 유명한 다큐사진가 임응식, 자연 사진의 거장 안셀 아담스 등 한미사진컬렉션의 주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면서 수집 과정의 일화들, 컬렉션 소유주인 송 관장의 안목과 사진관 등을 설명하는 내용들을 담아왔다.
이 연재물을 둘러싼 비판은 문화유산을 총괄하는 고위 공직자가 재벌가의 특정 컬렉션 가치를 앞장서 띄워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 소개에 문화재청장 대신 미술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을 단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일부 사진계 인사들은 정 청장과는 별개의 동명 칼럼니스트가 쓴 것으로 알았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정 청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자 시절 미술관 제안으로 1년간 컬렉션을 미술잡지에 소개하기로 했던 취지였다”며 “2회 정도 연재한 뒤 청장에 취임하게 됐고, 그 뒤엔 집필 여부를 고민했으나 이미 사전 취재가 끝났고 청장의 외부 기고 금지 규정은 없어서 일단 지속하는 쪽으로 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일부 민감한 의견이 계속 제기돼 6월호를 마지막으로 기고를 끝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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