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08 10:02
수정 : 2019.07.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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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 중 건립 연대가 가장 이른 경북 영주 소수서원. 1543년 조선 최초의 서원으로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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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14번째 세계유산 확정
유네스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영주 소수서원·안동 도산서원 등
조선말 철폐령·일제·전쟁기에도
원형 온전히 유지한 9곳 목록에
“중·일 서원과 정체성·역할 달라”
재신청-반려 의견 등 우여곡절
정부 8년여 걸친 추진작업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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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 중 건립 연대가 가장 이른 경북 영주 소수서원. 1543년 조선 최초의 서원으로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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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이후 이 땅 곳곳에 세워져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숱한 풍운을 겪으며 원형을 보존한 전통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6일 저녁(한국시각)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새 등재 유산 선정을 위한 심의를 한 결과, 우리 정부가 지난해 신청한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 9곳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세계유산위는 서원의 등재 배경에 대해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온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며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한국은 1995년 경북 경주의 석굴암·불국사와 경남 합천의 해인사 장경판전, 서울 종묘를 세계유산에 처음 등재한 이래 14번째 세계유산을 갖게 됐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 서원의 원조로 불리는 경북의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안동의 도산서원·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과 대구의 달성 도동서원, 경남의 함양 남계서원, 전남의 장성 필암서원, 전북의 정읍 무성서원, 충남의 논산 돈암서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서원은 영호남
과 충청권에서 한국 전통 서원을 대표하는 명소로 2000년 이전에 모두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세계유산이라는 명예를 안았지만, 서원의 역사는 풍상으로 얼룩져 있다. 1543년 조선 최초의 서원으로 영주 소수서원이 건립된 이래 16~18세기에 걸쳐 전국에 무려 600곳 넘는 서원이 생겨났으나 당쟁과 민폐의 근거지로 전락했다. 결국 19세기 말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려 47곳만 보존하고 나머지는 다 솎아냈으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기에 상당수가 파괴되는 운명을 겪는다. 그 뒤 유생과 지역 인사들에 의해 재건돼 현재 600여곳의 서원이 존속하고 있지만,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원형을 온전히 유지하는 건축문화유산으로 9곳만 압축해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한 ‘한국의 서원’ 목록에 올렸다.
‘한국의 서원’ 9곳은 세계유산이 되는 과정도 험난했다.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뒤 한차례 신청을 철회한 끝에 재신청을 하는 곡절을 거쳤다. 정부는 2015년 1월 처음 등재신청서를 냈으나, 이듬해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가 ‘반려’ 의견을 내면서 그해 4월 등재 신청을 거둬들여야 했다. 이코모스 쪽은 당시 병산서원 등의 서원 주변 경관이 등재신청서의 유산 영역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고 왜 9곳의 서원만 등재하려 하는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다른 나라에 있는 전통 서원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요구했다. 문화재청과 외교부는 그 뒤 전문가 의견을 모아 비슷한 국내외 유산들과의 비교 연구를 거쳐 내용을 보완했다. 9곳의 서원이 16~17세기에 세워진 국내 서원의 시작점이며,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목조건축물의 전통 기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심신수양과 향촌 교화의 정체성을 지닌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강조해 지난해 1월 다시 신청서를 냈다. 이에 이코모스가 1년 이상의 조사를 거쳐 지난 5월 ‘권고’ 의견을 내면서 등재 전망에 청신호가 들어왔고, 이번 세계유산위 회의의 후속 결정으로 8년여에 걸친 등재 추진 작업이 결실을 봤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 관리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며 이행 방안을 관련 지방자치단체 등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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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도산서원. 내부 마당에서 선대 유학자들에게 제례를 올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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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의 대표적인 조선시대 서원인 무성서원의 경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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