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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31 16:37 수정 : 2019.07.31 19:21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전시부스 현장. 서구 기획사가 추진 중인 대형 국제아트페어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키아프와 한국화랑협회의 시장 구도가 통째로 뒤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디렉터 매그너스 렌프루-기획사 ‘샌디’와 손잡고
서울 코엑스에 2021년 대형 아트페어 개최 신청서 제출
외국 주도 아트페어 열리면 한국 미술시장 지각변동 불가피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전시부스 현장. 서구 기획사가 추진 중인 대형 국제아트페어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키아프와 한국화랑협회의 시장 구도가 통째로 뒤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미술시장을 통째로 빨아들일 ‘괴물’이 등장할 것인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적 미술 장터인 홍콩아트바젤의 초창기 운영 멤버이자 이 행사의 전신인 홍콩국제아트페어를 창립한 영국 출신 딜러 매그너스 렌프루(45)가 영국 컨벤션기획사 ‘샌디 행거스 몽고메리 아츠’(이하 샌디)와 손잡고 홍콩에 버금가는 거대 국제미술장터(아트페어)를 서울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선 몇몇 대형 주류 화랑들만 참여시키고 서구 명문 갤러리를 중심으로 외국의 대작들을 거래하면서 국내 시장을 사실상 흡수·주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한국화랑협회와 서울 코엑스 쪽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렌프루와 샌디는 2021년 7월 서울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5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 행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행사를 추진하는 관계자들은 지난 4~5월 국제갤러리, 가나아트센터, 갤러리 현대, 피케이엠 등 국내 주요 화랑 운영주들을 만나 자신들이 추진 중인 아트페어 계획을 설명하고 참여를 권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최웅철 화랑협회 회장은 “코엑스와 외국 미술시장 관계자들을 통해 알아보니 기획사 샌디와 렌프루는 메이저 화랑들을 포함한 한국 주요 화랑과 외국 화랑의 지분을 2 대 8 정도로 나누고 국외 명품 중심의 유통 장터를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동원 코엑스 사장이 지난 6월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현장을 방문해 내후년 아트페어를 신청한 서구 기획사 관계자들과 행사 유치를 위해 사전 대화를 했다는 이야기도 나와 조만간 코엑스 사장을 면담해 진상을 파악하려 한다”고 했다. 코엑스 협력전시팀 쪽은 이에 대해 “기획사 샌디 쪽이 2021년 아트페어 신청서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전시장 배정은 연말께 결정되므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화랑협회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품 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를 2002년부터 운영해온 화랑협회는 서구의 대형 장터가 한국에 진출할 경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협회 쪽은 7월 초 긴급 이사회를 열어 샌디가 추진하는 한국 아트페어 개최에 대해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을 결의하고, 정부와 코엑스, 화랑업계 등을 상대로 반대 여론 조성에 들어간 상태다. 30일엔 화랑협회 임원들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찾아 반대 입장을 전했고, 내부적으론 협회 소속 회원 업체가 새 아트페어에 참여할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두루 알리고 있다.

국내 화랑가가 외국 기획사의 대형 아트페어 개최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내 아트페어가 대부분 수백억원대 규모의 영세한 국내용 전람회 일색인데다, 가장 큰 국제장터 키아프도 군소 화랑들이 포함된 권익 단체인 화랑협회가 운영하고 있어 화랑과 출품작들을 사전 심사하거나 솎아내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국 기획사와 대적할 만한 국제 경쟁력을 사실상 상실한 처지에서 협소한 한국 시장을 송두리째 외국 화랑과 기획사 쪽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금도 국내 주요 컬렉터들은 국외 명품 거래가 적고 진위 감정 논란 등으로 신뢰가 약한 국내 시장 대신 외국에 가서 ‘직접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새 아트페어가 개설되면 키아프와 한국화랑협회 조직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면서 국내 미술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중견 화랑 운영주는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고 자유시장 경쟁 차원에서도 막을 명분이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아트페어 참여 제안을 받은 메이저 화랑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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