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4 20:07
수정 : 2019.08.0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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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왼쪽), 김운성 작가. 2017년 8월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위안부’ 기념주화 발행 취소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는 모습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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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돌아온 뒤 ‘중단’ 통보 받아
“소녀상 전시 쉽지 않겠다 했지만
극우 테러 협박에 중단…황당하다”
“작가·큐레이터와 상의 없이 결정
전시 출품 한국·일본 등 작가들과
‘검열 중단·반대’ 연대운동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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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왼쪽), 김운성 작가. 2017년 8월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위안부’ 기념주화 발행 취소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하는 모습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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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이 전시장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시 자체를 아예 중단하겠다고 할 줄은 몰랐어요. 작가는 물론 큐레이터와도 상의를 하지 않았다니… 황당합니다.”(김운성)
“일본 사회가 이렇게 퇴행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1970~8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김서경)
일본의 대표적인 국제미술제로 지난 1일 막을 올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에 평화의 소녀상을 출품해 눈길을 모았던 부부 조각가 김운성(55), 김서경(54)씨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놀라고 허탈한 심경부터 털어놓았다. 전날 오후 주최 쪽이 협박 전화 등 테러의 위협이 우려된다며 전격적으로 ‘표현의 부자유전…’을 중단한 것은 그만큼 충격인 소식이었다. 이들은 기획전 큐레이터인 오카모토 유카로부터 이날 오전 전시를 중단한다는 공식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극우인사나 단체들의 협박 전화, 메일이 많이 왔다는 뉴스가 돌길래 소녀상 전시가 쉽지 않겠다는 걱정을 하긴 했어요.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잘라(JAALA)국제교류전에 20㎝짜리 축소상을 전시했다가 사흘 만에 철거된 전례가 있거든요. 이번에는 일본 굴지의 국제미술전이어서 2011년 처음 소녀상이 주한일본대사관에 들어섰을 당시 크기 그대로 상의 그림자, 평화비까지 함께 있는 온전한 갖춤 작품을 출품했는데 정말 답답하고 안타깝네요.”
2012년 도쿄 전시에선 소녀상의 축소 모형이 나왔으나 이번 트리엔날레에선 실물 크기의 완전한 형태로 처음 선보인 것이어서 작가들은 감회가 남달랐다. 이들은 여러 인터뷰 등에서 “전시를 도와준 일본 분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작가는 지난달 29일 일본 전시장을 찾아가 이틀간 작품을 설치하고 3일 오전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전시 중단이라는 비보를 듣게 됐다.
김운성 작가는 “행사 예술감독은 일본 정부와 나고야시 등으로부터 테러 협박이 들어온다는 압박을 받고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 생각해보겠다고 큐레이터들한텐 이야기해놓고, 3일 오후 기자회견에선 큐레이터들을 아예 회견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채 전시 중단을 발표해 버렸다고 한다”며 씁쓸해했다. 김서경 작가는 “기획전 취지가 천황제 등에 반대해 전시를 못하고 탄압받던 작품들을 추려서 공식 초대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중단했다니 더욱 이해가 안 된다”고 어이없어했다. 두 작가는 소녀상이 빠진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은 다른 일본 작가 작품들까지 전시에서 뭉텅이로 빠진 것은 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직결되는 것이어서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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