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3 13:43
수정 : 2019.08.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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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관람자가 서 있는 공간만 비가 오지 않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 전시작품 <레인룸>.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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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세계적 화제작 ‘레인룸’ 첫 국내 전시
서구작가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공간설치작품
기술혁명과 삶 노동 변화상 다룬 ‘완벽한 기술’전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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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관람자가 서 있는 공간만 비가 오지 않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 전시작품 <레인룸>.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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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눈 앞에 퍼붓는 빗발 앞에서 조심스레 한 손을 뻗었다. 젖지 않았다. 쏟아지는 빗발이 손을 내밀자 손이 차지한 공간만큼 피해간다. 다른 손을 뻗었다. 역시 빗발은 피해간다. 양 손으로 사방을 휘휘 돌려도 물 한방울 묻지 않는다. 반경 1.8m. 비를 맞지 않는 나만의 공간이 형성된다. 이제 한발을 내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발걸음 나갈 때마다 쏟아지던 빗방울이 멈춘다. 걷고 손을 휘두는 공간에만 비가 오지 않는다. 무슨 영문인가. 실내에 폭우가 내리고 그 폭우 속을 걷고 있는데 비를 맞지 않다니!
오는 14일부터 부산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국내 처음 소개되는 서구 작가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특별전(내년 1월27일까지)은 경이로운 공간 체험을 선사한다. 이들이 2012년 내놓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공간설치작품 <레인룸>이 그 무대다. 100여㎡ 공간 위에 빗물이 쏟아지는 거대한 사각형 인공강우판이 달렸다. 비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강우판 아래를 관객들이 천천히 들어가면 비 한방울 맞지 않은 채 지나가면서 작품이 완성된다.
레인룸은 영리한 공간이다. 관객들이 설치 공간에 들어오기만 하면 첨단인식장치로 화답한다. 비가 쏟아지는 영역 안에 들어온 관객의 존재를 천장 강우판 양 측면에 각각 4개씩 달린 3디(D)카메라가 포착하면 즉각적으로 강우밸브를 제어하는 센서에 신호를 보낸다. 센서는 강우판의 밸브를 제어해 관객의 공간에만 물방울을 내려보내지 않도록 한다. 전자 감응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순식간에 진행할 수 있다. 덕분에 빗속에서 비를 맞지않는 비현실적 상황을 체감하게된 것이다. 전시를 짠 류소영 큐레이터는 “비가 내리는 소리와 냄새가 강렬하지만, 관객은 비를 맞지 않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자유롭게 공간을 탐색하게 된다. 비의 촉감이 남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공간을 새롭게 인식하는 감각에 눈뜨게 해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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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관람자가 서 있는 공간만 비가 오지 않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 전시작품 <레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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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룸>은 2012년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미국 엘에이카운티미술관과 중국 상하이 유즈미술관, 호주 무빙이미지 센터 등에 등장해 관객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받았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열린 상하이 전시 때는 국내 애호가들도 줄지어 찾아갈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이 개관전인 2017년부터 공들여 교섭을 진행한 끝에 작가들의 최신 버전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있게 됐다. 김성연 관장은 “층고가 11m로 높고 전시공간 안에 별도의 특설공간을 만들었기 때문에 과거 국외 전시들보다 훨씬 실감나게 빗속의 스펙터클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층에서 열리는 미술관의 자체 기획전 `완벽한 기술‘(11월24일까지)도 레인룸과 함께 숙고하며 볼 수 있는 전시다. 근대기 산업혁명 이후 4차 산업혁명까지 이어지는 기술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노동과 삶의 조건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줄리앙 프레비유, 차재민 등 국내외 작가 6명의 다기한 디지털 영상, 설치작업들로 보여준다. 두 전시는 4차 산업혁명 이후 기술 너머에서 전혀 다른 차원으로 생성될 새로운 감각, 새로운 상상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인 입장료 5000원.
부산/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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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의 새 전시작품 <레인룸> 설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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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관람자가 서 있는 공간만 비가 오지 않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 전시작품 <레인룸>.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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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관람자가 서 있는 공간만 비가 오지 않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 전시작품 <레인룸>.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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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가운데 관람자가 서 있는 공간만 비가 오지 않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새 전시작품 <레인룸>.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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