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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7 18:36 수정 : 2019.10.17 19:37

테이트모던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켄백 하쿠타. 백남준 기념사업과 한국 미술계와의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국 테이트모던 회고전 현장
단독 인터뷰서 그동안 심경 밝혀

“한국 미술관 ‘다다익선’ 복원하면
브라운관보다 평면 스크린이 좋아
3자 통해 들은 복원 관련 자문
내게 뒤늦게 질문 와 서운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쪽과 만남 생각도”

테이트모던 카페에서 인터뷰 중인 켄백 하쿠타. 백남준 기념사업과 한국 미술계와의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 미술인들에 대한 믿음이 없어요. 사실 도움을 주고 싶고 줄 수도 있지만,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같이 일하기 어려워요. 다만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쪽과 만나는 것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미술관이 보존 방안을 발표한 삼촌의 대작 <다다익선>은 모니터를 평평한 스크린으로 교체해서 잘 보존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미술 거장 백남준(1932~2006)의 맏조카이자 고인의 모든 저작권을 승계한 법적 대리인 켄 백 하쿠타(68·한국이름 백건)가 한국 미술계와 연락을 끊은 지 13년 만에 <한겨레>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미술계와 국내 백남준 소장품들에 대한 최근의 생각을 솔직하게 쏟아냈다.

그는 17일부터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를 시작한 백남준 회고전을 막후 지원한 백남준 관련 프로젝트의 실세로 꼽힌다. 지난 15일 테이트모던 미술관 3층의 전시 사전 공개 행사에 나와 내부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한 켄 백은 조금 달라진 인상을 주었다. 2006년 고인의 타계 이후 국내 미술기관이나 미술인들과 백남준 기념사업과 전시를 놓고 극도의 갈등을 빚으며 연락을 끊었던 그는 여전히 한국 미술계와 쌓인 앙금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이야기가 나오자 최근의 서운했던 일화를 이야기했다.

“최근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다다익선> 수리 복원 방안에 대한 질문을 보냈는데, 답변을 안 했어요. 애초 미국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 관계자들한테 먼저 질의를 보내 혼선이 있었어요. 질의를 받은 큐레이터들이 이게 뭐냐고 나한테 물으면서 우리가 대신 답해도 되느냐고 묻더군요. 그 일이 있고 두달 뒤에야 미술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당사자한테 먼저 묻지 않는 이런 식의 질의가 올바른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답을 안 보낸 겁니다.”

1988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백남준의 <다다익선>. 2015년 촬영. ⓒ남궁선
그는 이와 별개로 “<다다익선>은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길이 보존되어야 한다”면서 고인이 생전 말한 대로 기존 브라운관 모니터만 고집하지 말고 “플랫한(평평한) 스크린”으로 교체하는 것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국내의 백남준 소장품 관리와 전시와 관련해 어떤 내용을 논의할지는 모르지만, 나름 관장 등 미술관 관계자와의 대화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보려 한다며 고민하는 기색도 내비쳤다.

“제가 삼촌의 작품 관리를 처음 맡았을 당시 노력했음에도 한국 미술인들과 일하는 게 너무 힘들었고 앞으로 일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고 판단했어요. 가짜 백남준 작품들도 많이 돌아다니고요. 2002년 월드컵 당시엔 작가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작품을 그냥 사용하고 그랬어요. 무엇보다 그들을 만나 논의하면 내가 합의하지 않은 내용도 합의했다는 주장을 하는 등 오해가 너무 많았어요.”

그는 “삼촌의 작품들을 받아 갔던 화랑인 갤러리 현대가 진위에 문제가 있는 작품들을 만든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한국 미술인들이 백남준을 이용하려는 욕망이 크다는 것을 느끼지만, 어떻게 한국 미술계와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방도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수년 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 외교관 성 김과도 방도를 상의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백남준 회고전에 대해서는 “10년 넘게 백남준을 연구한 전문가 이숙경 큐레이터가 만든 최고의 빅 쇼”라고 극찬했다.

“내가 어릴 적 갖고 논 장난감들을 사용해 만든 로봇과 깡통차 등도 작품으로 나와 더욱 감회가 깊어요. 이미 미술사적으로는 중요한 작가로 공인된 만큼 이번 전시는 백남준을 잘 모르는 대중이 한층 더 깊이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런던/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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