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1 13:35
수정 : 2020.01.11 13:4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교장>
초등학교 교사 미야사카 사다무(구도 아스카)는 동경하던 경찰이 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둔다. 경찰학교에 들어온 그는 무던한 성격과 성실한 태도로 잘 적응해나간다. 하지만 엄격하고 냉정한 가자마 기미치카(기무라 다쿠야)가 새 교관으로 온 이후부터 미야사카의 학교생활은 험난해지기 시작한다. 좀처럼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의 가자마는 미야사카를 비롯한 학생들의 빈틈을 공격하고, 그들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가차 없이 퇴학계를 내민다. 가자마에게 약점을 내보인 미야사카는 그에게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면서 동료들에게 ‘교관의 스파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일본 후지티브이 개국 60주년 특집 드라마 <교장>(원제 ‘敎場’)은 지방도시의 한 경찰학교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2013년 출간 당시 새로운 경찰소설이라는 찬사와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낸 나가오카 히로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톱배우 기무라 다쿠야를 비롯해 구도 아스카, 미우라 쇼헤이, 오시마 유코 등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특히 백발과 짙은 색안경 차림의 독특한 외형, 냉혹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선보인 기무라 다쿠야의 파격적인 변신이 큰 화제였다.
<교장>은 교육의 장을 의미하는 제목과 학교의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차갑고 냉혹한 이야기다. 작품 속의 경찰학교는 경찰관으로서의 소명을 깨닫고 단련하는 곳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매 순간 안간힘을 써야 하는 잔혹한 서바이벌 현장으로 묘사된다. 이는 미야사카와 가자마의 첫 대화에서부터 뚜렷이 드러난다. “자네에게 경찰학교란 어떤 곳인가”를 묻는 가자마에게, 미야사카는 원칙적인 답변을 하다가 가자마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는 되레 반문한다. “혹시 ‘체’일까요? 경찰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학생들을 걸러내는?” 실제로 가자마가 담당 교관으로 온 뒤부터, 그 반의 학생들은 그의 엄격한 교육 방식을 견뎌내지 못하고 차례로 학교를 그만두기 시작한다.
경찰학교라는 배경은 새롭지만, 교육현장을 서바이벌 게임으로 그리는 <교장>의 묘사 자체가 그리 낯설지는 않다. 당장 떠오르는 작품만 해도 영화 <배틀로얄> 시리즈와 국내에도 리메이크된 드라마 <여왕의 교실>이 있다. 특히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을 뒤로한 채 그들을 혹독하게 시험하는 <여왕의 교실>의 교사 마야(아마미 유키)와 <교장>의 가자마는 꽤 닮아 보인다. 물론 <교장>의 학생들은 시민의 안전과 공공질서 유지 임무를 맡아야 하는 예비 경찰이라는 점에서 가자마의 훈련 방식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고 나면, ‘체에 걸러진’ 생존자들이 조직의 규칙을 배우고 훌륭한 경찰로 성장하는 모습보다 그 과정에서 가차 없이 폐기되는 낙오자들의 이야기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교장>은 오히려, 수많은 일본 드라마 속에서 경찰들이 조직에 그토록 충성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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