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6 16:58
수정 : 2005.02.0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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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현 작 〈재임수 본두 선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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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 탈출 기획…‘남한산성’전·‘미+끼’전
미술시장 활성화가 새삼 화두로 떠오른 요즘 이른바 ‘동양화’로 흔히 불리는 한국화단의 젊은 작가들은 더욱 우울하다. 1970~80년대 국내 미술시장을 주름잡던 선배들의 한국화 전성시대가 흘러간 뒤 이들이 그들로부터 배워온 전통적인 작법은 갈수록 외면받는다. 게다가 서구에서 온 첨단 설치·영상미술의 유행 앞에서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팍팍하고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늦겨울 스산한 화랑가에 잇따라 마련된 젊은 한국화가들의 두 기획전은 침체기의 한국화에 어떻게든 활로를 틔워보려는 고민어린 몸부림으로 비친다. 경원대 동문 한국화 작가 8명의 ‘남한산성’전(15일까지 서울 공평아트센터·02-733-9512)과 15개 대학 40여 명의 젊은 작가들의 ‘미(美)+끼(氣)’전(15일까지 홍대앞 갤러리 꽃·02-6414-8840)이 그것이다.
‘남한산성’전의 출품 작가들은 대개 80년대 대학에서 보수적인 화단수업을 받은 체험을 공유하고 있지만 현재 급변하는 미술 흐름에 강박적으로 쏠리지 않고 느긋하게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관념적인 한국화의 틀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일상 속에서 체험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솔직한 표현방식으로 드러낸다. 먹, 채색 등을 반복적으로 표현하면서 주변 사물들의 이미지에 작가의 감정을 이입시켜 표현하는 김민재씨의 〈빈그릇〉이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표출한다고 할 수 있다. 소나무의 순수하고 서정적 이미지를 일관되게 추구해온 라광보씨, 농담이 없는 거칠고 투박한 붓질로 북한산을 분방한 필치로 그려낸 박종걸씨의 산작업, 미세한 벌레들의 기형적 몸뚱어리를 무수한 점, 동그라미를 통해 묘사한 박종엽씨의 ‘땡땡이’그림 등이 나왔다.
청년 한국화가 전문 전시장을 표방한 꽃 갤러리의 ‘미+끼’전은 모두 3부로 구성되는 데 이번 전시는 그 1부다. 출품작들은 대학에서 갓 화단에 나온 신진작가들의 새큼하면서도 음울한 상상력과 함께 한국화 장르의 현대적 변용, 기본기의 미숙에 대한 고민, 좌절감 따위도 같이 느껴지게 하는 것들이다. 거울과 지퍼주머니, 여성 성기의 이미지를 묘하게 결합시킨 강정련씨의 장지그림, 삼베에 그린 권은희씨의 〈사람밭〉, 007영화 주인공 본드의 이미지를 한국화풍으로 패러디한 손동현씨의 〈재임수 본두 선생상〉(사진) 등이 눈에 들어온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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