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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5 15:35 수정 : 2005.01.05 15:35

한국방송 성우들이 10주간의 <토요명화> 폐지에 반발,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방송> 성우극회 제공.



[들춰보기] 겉으론 ‘한류열풍’ 뒤로는 ‘시청률·광고판매용’

‘겨울연가 재방’ 한류열풍의 귀결인가, ‘시청률’과 ‘광고수익’을 늘리기 위한 KBS의 고육책인가.

<한국방송>이 8일부터 ‘토요명화’ 시간대에 드라마 ‘겨울연가’를 세번째 방송(삼탕)하기로 한 것에 대해 해당 방송국 성우들이 집단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방송선택권을 무시한 <한국방송>의 일방적 편성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10주간의 <겨울연가> 임시편성에 반발한 성우들의 집단행동으로 나타났지만, 재방송 시간대가 <한국방송>의 전신인 TBC 개국부터 40년 넘게 토요일 밤을 지켜온 <토요명화> 자리라는 점 때문에 시청률 지상주의와 광고수익에 밀려 이미 한 차례 재방송한 <겨울연가>를 이 시간대에 밀어넣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청자들까지 가세, 파문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실제 성우극회 임원들은 지난달 27일 겨울연가 재방송 결정과 관련, 경명철 KBS2TV 편성팀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경 팀장은 “지난해 KBS 예상수익 목표치가 1500억원이나 미달됐다. 대세로 볼 때 이제 외화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한 뒤 편성표를 보여주며 “봐라, 겨울연가를 임시편성한 프로그램이 ‘토요명화’ 말고 없지 않냐”며 겨울연가 재방송 결정배경의 하나로 경제적 이유를 언급했다고 성우들은 말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한국방송>이 드라마 ‘겨울연가’를 재방송하기로 한 데는 ‘한류열기 지속’이라는 명분외에 ‘KBS의 광고수익’이라는 경제적 동기가 크게 작용한 셈이 된다.

실제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토요명화>의 평균 시청률은 7.4% 정도로 방송국 내에서도 재방, 삼방은 해야 본전을 뽑는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다. 반면 <겨울연가>는 방송 당시에도 23.1%의 평균 시청률을 보인데다 ‘욘사마’ 열풍과 맞물려 2조 3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냈다.

또 ‘겨울연가’가 최근 한·일 문화교류의 상징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 프로그램인 만큼 광고수익이 높아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이지만 ‘토요명화’ 애청자들에겐 씁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경명철 편성팀장 역시 “매체가 늘어나면서 영화 판권도 비싸진 데다 케이블에서도 하루종일 영화를 보여주기 때문에, ‘겨울연가’ 재방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때문에 <한국방송> 시네마 자유게시판(bbs7.kbs.co.kr/ezboard.cgi?db=cinema_bbs)에는 ‘겨울연가’ 편성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한국방송>마저 시청률 지상주의에 편승, 시청자들의 방송 선택권을 빼았으려 한다는 점 때문이다.

▲ <한국방송> 시네마 자유게시판.




게시판 “공영방송이 시청률 지상주의로 시청자 선택권 박탈”

이혜정씨는 “경제사정이 어렵지도 않은 KBS가 돈독이 올랐나, 왜 하필 ‘겨울연가’를 토요명화 시간대에 방영을 하느냐”며 따졌으며, 김지원씨는 “그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한국사람이지 일본 아줌마들이 아니다. 겨울연가 보기 싫다”며 “시청률를 높이고 싶다면, 좀 더 재미있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영화를 방송해줘야지 재미없는 영화를 방영하면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탓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한비씨는 “KBS에서 좀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영화를 내보냈으면 시청률이 떨어지겠느냐”며 “토요명화 폐지는 대충 시청률을 때우자는 뜻인 것 같은데, 차라리 좀더 유익한 영화를 방영하라”고 주문했다. 김현정씨는 “단순히 시청률 저하라는 이유로 이 시간대에 겨울연가를 재방송한다는건 말이 안된다”며 “지금까지 토요명화를 즐겁게 시청하던 사람들의 볼 자유를 없애는 토요명화 폐지를 반대한다”고 글을 남겼다.

<한국방송> 게시판의 한 시청자(ID: 냄새KBS) 역시 “공영방송인 KBS가 시청자와 협의없이 영화 간판 프로그램인 ‘토요명화’를 일시 폐쇄하고 겨울연가를 방영하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며 “말로만이 아닌 공영방송다운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또 인터넷포털 ‘다음’에는 ‘토요명화 대신 겨울연가 편성 반대한다(agora.media.daum.net/petition/view.do?no=69&kind=petition&cateNo=241&boardNo=69’)는 항의서명 운동이 벌어져 5일 오후까지 8330여명이 서명을 하기도 했다.

▲ 성우극회는 오는 6일 총회를 열어 회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토요명화> 폐지와 관현, 향후 대응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방송> 성우극회 제공.




성우들 토요명화 폐지반발 “설날 외화비중 늘려 만회해주겠다” 약속받아

성우극회 회원 70여명도 3일과 4일 오전 11시 KBS본관과 KBS홀, 구내식당 등에서 ‘겨울연가’ 임시편성에 반발하는 유인물을 나눠주며 ‘토요명화 사수하자’ ‘공영방송 KBS가 재탕삼탕 일삼는가’라는 피켓을 든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성우극회는 성명에서 “시청자가 방송의 주인이라는 공영방송 KBS의 대국민 약속은 어디로 가고, 시청율의 잣대로만 재단해 외화에 대한 투자나 반성 없이 한류열풍을 업고 ‘겨울연가’만을 끼워 넣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금의 행태는 시청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토요명화’는 지켜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편성으로 성우들의 밥그릇이 뺐긴다는 식으로 토요명화 사태가 외부에 비칠까 염려된다”며 “이는 성우들의 자존심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방송 선택권을 시청률 지상주의로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환진 성우극회 회장은 “이런 임시편성은 토요명화를 폐지하겠다는 수순으로 보이며, 믿을 수 없다”며 “한국방송은 시청장들의 의견을 수용해 ‘겨울연가’ 재방한다고 했지만 실상 그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한편 김환진 회장을 비롯 KBS성우극회 임원들은 겨울연가 재방송 문제와 관련, 4일 오후 이원군 KBS편성본부장을 만나 겨울연가 방송이 끝난 뒤 토요명화가 다시 부활할 것과 겨울연가가 방송되는 10주 동안 성우들의 손실에 대해 설날과 창사기념일 등에 외화 비중을 늘려 만회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성우극회는 이와 관련 6일 총회를 열어 회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향후 대응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성우들이 ‘토요명화’ 폐지에 반대하는 숨은 이유?

‘토요명화’ 폐지에 성우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생존권 위기’를 들 수 있다. <한국방송>은 매년 10여명의 성우를 공채선발, 현재 한국방송 소속 성우는 330여명에 이른다. 반면 성우들의 일자리는 IMF 경제위기 이후 외화 판권료 부담 증가, 영화전문 케이블 채널의 등장 등으로 외화의 방영비율이 줄면서 급감하는 추세다.

때문에 <한국방송>만 봐도 소속 성우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토요명화’를 비롯 애니매이션 등 5~7개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토요명화’가 ‘겨울연가’에 밀려 사라질 경우 영화 한 편당 15~20명이 더빙에 참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명 가량(10회 편성시)이 일손을 놓게 돼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성우들의 고용시스템과도 연결된다.

성우들 역시 기자나 아나운서, 프로듀서와 같이 해당 방송국의 공채를 거쳐 선발되지만 정년 때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이들과 달리 성우들은 3년의 전속계약(과거 5년) 기간이 지나면 프리랜서로 전환돼기 때문에 ‘적자생존’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잘 나가는’ 성우와 ‘못 나가는’ 성우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크며, 결국 (한정된 일자리를 감안할 때) 일을 구하지 못한 대부분의 성우들은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성완경 성우극회 이사는 “많은 사람들이 한정된 일자리,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입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생계위협 때문에 토요명화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수진 성우극회 이사도 “성우들의 이번 반발은 방송사가 고유권한인 편성권으로 소수집단인 성우와 시청자들을 우롱했다는 점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며 “단순히 토요명화의 시청률 저조가 문제라면 그동안 KBS가 얼마나 외화에 투자를 하고, 외화수입 과정에서 협상을 잘 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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