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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0 16:07 수정 : 2005.01.20 16:07

“○○랑 △△랑 같이 산다면서?” “XX가 영화 출연을 엎은건 감독이 하도 추근거려서라며?”

영화기자를 하다보면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그래?”라는 반응 외에는 별로 달리 할 말이 없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도 못했거니와 간단한 상식만 동원해도 이치에 닿지않는 이야기가 태반인 탓이다. 그렇다고 연예계 뒷소식에 초연하다는 뜻은 아니다. 가끔 ‘업계’사람들끼리 만나도 이런 이야기들이 종종 나온다. 모두들 귀를 쫑긋 세우고 한마디씩 보태지만 그걸로 끝이다. 스캔들성 ‘뒷담화’는 그저 맛있는 술안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일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한 ‘연예계 X파일’사건은 독자들을 감질나게 했던 A군, B양 스토리의 종합선물세트다. 따져보면 새로운 뉴스거리는 몇가지 안된다. 인터넷에 가십성 뉴스가 뜨면 부지런한 네티즌들은 리플에 실명을 박아넣기 때문에 A군과 B양은 금방 구체적인 얼굴로 인터넷 바다를 떠다닌다. 문제는 이 문건이 지금까지의 ‘아님 말고’식 유통이 아니라 전문가 인터뷰라는 형식의 공식화된 모양새로 보고가 됐다는 것이다. 제일기획은 내부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외부로 유출되는 순간 이 문서는 마치 신문기사처럼 보는 이들에게 ‘믿음’을 주게 됐다.

경악스러웠던 건 내용이 아니라 국내 최고 광고회사와 전문여론조사기관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광고모델 데이타베이스 구축”을 이처럼 비과학적이고 허술하게 진행했을까 하는 것이다. 이 파일은 스포츠신문 등의 연예담당 기자와 방송 리포터 10명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온 업계의 ‘카더라 통신’을 아무런 여과없이, 정색하고 보고서 형식으로 담고 있다. 그것도 ‘머리가 비어서’ ‘뜨고 나니 건방져졌다’ ‘사치스럽고 명품을 좋아함’ 같은 주관적 관찰이거나 잡담 수준의 사사로운 견해들이다. 스타란 이미지로 승부하는 사람들이고 광고는 그 이미지를 극대화시켜 상품을 파는 데 이용한다는 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공공연히 광고회사의 정보자료처럼 유포된 이번 사건은 그 파장과 후유증이 클 수 밖에 없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명예훼손 등 해당 스타나 소속사가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소문’ 들이다. 상당 부분은 이미 알려졌던 내용이지만 스타 이미지에 치명적인 ‘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사건의 발생부터 그 내용까지 이 모든 과정을 요약하면 결국 요란한 해프닝에 불과하다. 스타와 루머는 떼놓으려야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이번 사건으로 스타 개인으로서는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고 법적 대응은 전적으로 그들의 선택이다. 다만 이번 일로 인해 이들이 대중 앞에서 스스로 물러나거나 움츠러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그 속성상 과장과 왜곡을 빼놓을 수 없는 연예계 소문들은 대부분 스타에 대한 대중의 부러움과 관심의 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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