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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4 16:09 수정 : 2019.11.25 02:34

<후쿠오카>의 한 장면.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서울독립영화제 11월 28일 ~ 12월 6일

개막작인 장률 감독 ‘후쿠오카’
거제도의 하루 담은 ‘여름날’
공간에 깃든 추억 소환하고…

국가의 폭력과 분단 현실 다룬
‘임신한 나무와…’‘그림자 꽃’
청년들 도전 ‘요요현상’ 선봬

<후쿠오카>의 한 장면.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를 결산하는 한국 독립영화 축제의 장이자 국내 유일의 경쟁 독립영화제다. 지난해 수상작인 강상우 감독의 <김군>,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비롯해 김동원 감독의 <송환>,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 김일란·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 신동석 감독의 <살아남은 아이> 등 독립영화 걸작들이 이 영화제를 통해 조명받았다.

45회를 맞는 올해 영화제는 오는 28일 개막해 다음달 6일까지 열린다. 본선 경쟁 장편·단편 33편, 새로운 선택 부문 18편, 특별초청 부문 47편, 아카이브 기획전 9편, 해외 특별전 10편에 개막작 <후쿠오카>까지 모두 118편의 작품을 서울 씨지브이 압구정,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한다. 이 가운데 영화제 프로그램위원회의 김동현 집행위원장과 허남웅·이용철·남다은 예심위원에게서 추천받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여름날>의 한 장면.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공간에 깃든 공기를 담다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는 이번 영화제 개막작이다. <이리> <두만강> <경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등 특정 장소를 제목으로 한 영화들을 연출해온 장률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장소는 일본 규슈의 도시 후쿠오카다. 권해효·윤제문·박소담이 연기한 인물들은 한국의 낡은 서점에서 출발해 어느덧 후쿠오카 거리를 여행한다. 두 남자는 20여년 전 기억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소담은 그들 사이에서 도시와 사람을 만난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과 제29회 후쿠오카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오정석 감독의 <여름날>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어머니의 고향 거제도로 내려간 승희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본 할머니는 거동조차 불편하고, 삼촌과 그의 애인은 집을 처분하려 한다. 불편함을 느낀 승희는 어머니 유품을 보관한 컨테이너에서 머문다. 승희는 바닷가 등대에 나갔다가 산 너머 거제조선소에서 일하는 한 남자를 만난다. 어느 여름날 하루를 담백하게 담아낸 영화로, 테이크 하나가 몇 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일 정도로 긴 호흡이 인상적이다.

<그림자꽃>의 한 장면.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현실과 싸우는 이들을 담다

김동령·박경태 감독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다큐로 출발해 갑자기 드라마로 바뀌는 실험적인 형식의 영화다. 두 감독의 전작 <거미의 땅>에 출연했던 박인순이 다시 등장하는데, 그는 의정부 기지촌에서 40년 넘게 ‘미군 위안부’ 일을 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어느 겨울밤 동료의 장례식에 간 인순은 이승을 떠도는 유령을 잡으러 온 저승사자를 만나게 된다. 줄거리만 보면 호러물인 것 같지만, 이 영화는 국가와 남성이 휘두른 폭력을 뚫고 살아남은 여성의 이야기다.

이승준 감독의 <그림자꽃>은 김련희라는 실존 인물을 통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국가의 현실을 통찰하는 다큐다. 북한 주민 김련희는 중국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탈북 브로커한테 속아 남한으로 온다. 7년이 넘도록 평양의 가족에게 돌아가려고 노력하지만, 격변하는 남북관계 속에서 그 희망은 아득해지기만 한다. 남한에 갇힌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평양의 가족에게 그림자로만 남을까봐 두려워진다.

<요요현상>의 한 장면. 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꿈과 현실의 공존을 담다

이희섭 감독의 <고양이 집사>는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다. 그들의 일상을 담담한 어조로 지켜보던 감독의 카메라는 철거지역 주민과 고양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수산시장 상인과 고양이를 만나며 뜨겁게 달아오른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이 세상을 어떻게 구성해나갈 것인가와 맞닿아 있음을 설파한다. 감독의 시점과 전지적 고양이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성이 흥미롭다.

고두현 감독의 <요요현상>은 놀이기구 요요에 빠진 다섯 청년에 대한 기록이다. 어린 시절부터 요요의 매력에 빠진 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손에서 요요를 놓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요요에 매달릴 순 없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꿈꿔온 무대에 도전하고 요요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넷은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돈이 없어 한국에 남은 나머지 한 명은 티브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고 도전하는 이들의 얼굴과 작은 요요 안에 한국 청년의 오늘이 응축돼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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