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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13 18:15 수정 : 2005.07.13 18:22

지난 8일 서울 한겨레신문사에서 조문영씨가 25현 가야금으로 ‘따오기’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김영진 ‘록산조 Vo.6’ · 조문영 ‘어 데이’

25현 가야금 피아노·첼로와 만나다

새로운 건 으레 긴장하게 한다. 그런데 이들의 악기가 울리는 소리는 실험이면서도 휴식이다. 경계를 타고 넘으며 마음을 달랜다. 조문영이 25현 가야금으로 엮어낸 크로스오버 연주집 <어 데이>와 김영진이 플랫리스 베이스(음을 구분하는 쇠붙이가 없는 것)로 풀어낸 <록산조 Vo.6>가 그렇다. ‘우리 것’과 ‘다른 것’ 사이의 빗금을 지운 솜씨가 섬세하고, 그 품이 넉넉하다. 그 속에서 호흡하고 취하고 위로받을 만하다.

긴장을 푸는 베이스의 울림=김영진(50)은 1950년대 만들어진 깁슨 플렛리스 베이스로 굽이굽이 풀어졌다 여울지는 소리를 자아낸다. “보통은 줄과 쇠붙이가 만나 소리가 나오죠. 이건 손까락 끝에서 바로 ‘위잉~이잉~’하고 울림을 내요. 한 소리에는 겹겹이 배음이 있거든요. 이 악기를 이른바 ‘거문고 주법’으로 타면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여러 갈래로 나뉘듯 음의 울림들을 켜켜이 들려줘요.” 베이스만큼 오래된 아카이 진공관 앰프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귀를 축이는 구성진 술이다.

그는 이 악기로 산조를 탄다. “산조는 저에게 기차 여행을 하며 창밖 풍경을 보고 글을 쓰는 것과 같아요. 프레이즈의 반복이되 무궁무진한 변형이죠. 여기에 서양 화성과 리듬을 넣은 거예요.” “미안하다, 덜 미안하다… 섬세하게 나뉘는 수많은 감정을 담아내는 품, 그 가운데 가장 너른 바다가 산조”라고 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런 연주를 갈고 닦은 건 75년께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을 본 뒤부터다. 한국방송 라디오 <국악의 향기>를 녹음했지만 그전까진 그를 채운 건 록이었다. 그렇게 중학교 때 밴드를 시작해 ‘신중현과 뮤직파워’, ‘신촌블루스’, ‘김수철의 작은 거인’ 등을 두루 거쳐 갔다. 그가 강렬한 록을 할 땐 “어떤 신문은 퇴폐문화의 전형”이라 비난했고, 베이스로 여러 울림을 낼 즈음엔 “나이트클럽 사장들이 무대로 뛰어 올라와 ‘장사 망치려고 그러느냐’며 멱살을 잡았다.”

플랫리스 베이스 거문고 주법으로 타다

그렇게 세월을 넘어 50줄에 들어선 그는 “이제는 이정도 이야기해도 꼴 사납지 않겠지”라는 배짱으로 상상을 마음껏 이번 앨범에 담았다. ‘미E’라는 노래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이(E)는 지구(earth)와 전기(electricity)를 뜻해요. 지구는 소리를 내는 구이고, 전기는 저에게 아주 고마운 존재에요. 그게 없었으면 음악이고 뭐고 먹고 살지도 못했을 거예요. 이것들이 미래엔 어떻게 될까요?” 그 꿈같은 생각들은 꿈꾸는 베이스에 실려 듣는 사람을 실컷 몽롱하게 만든다.

지난 8일 무주뮤직 사무실에서 김영진씨가 베이스로 산조를 켜는 이유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눈물을 닦는 가야금의 떨림=조문영(29)은 25현 가야금으로 가랑비처럼 감성을 적신다. “줄 수가 많아지면 화려한 테크닉을 쓸 수 있어요.” 그의 손끝에서 가야금은 클래식 기타처럼 애잔하다가도 하프처럼 감미로워진다. 맛깔스럽게 농익은 여운도 빼놓지 않는다. 마음에 아롱아롱 맺히는 파동이다.


이런 떨림과 어우러져 풍성하게 하는 건 파이노, 첼로, 하모니카 등이다. 첫곡 ‘슬픈 인연’은 가야금 연주를 뺀 나머지는 컴퓨터로 만들었는데 모래바람처럼 스쳐지나가는 배경음 위에서 가야금이 구슬프게 튕겨진다. 이어 영국민요 ‘그린 슬리브스’에서는 송준석의 피아노와 팔짱 끼고 애달픈 춤을 춘다. 특히 하림이 작곡한 ‘거친 길로의 여행’에는 아일랜드와 한국적 정서가 맞물려 있다. 아일랜드 북인 바우런에 맞춰 가야금이 자진모리로 내달리면 아이리시 휘슬과 드렐라이어 등이 돌개바람으로 박자를 따라붙는다.

귀에 이물감 없이 스며들도록 그는 이 앨범을 3~4년 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대학원 졸업연주회 때 뭘 할까 고민이었는데 그때 현악 4중주와 가야금의 협연을 생각했죠.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졸던 사람들도 깨고요.” 시작은 산뜻했는데 준비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다른 연주자들과 조율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아버지가 오동나무로 가야금을 만드시는 분이에요. 푸근한 소리에 빠져 대학원까지 국악만 했죠. 음악도 어쿠스틱밖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하나만 보고 가면 좀 편협해지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재즈, 블루스, 록도 듣고 꽤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은 드럼도 배워요.” 그렇다고 그가 전통 가야금 산조를 접은 건 아니다. “산조는 심오해서 젊어서는 그 깊이를 보여주기 어려워요. 그래도 그만두면 다른 연주에서도 곧 벽에 부닥치게 되죠.”

다만 대중과 눈 맞추며 교감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앨범 발매 쇼케이스도 홍대 클럽에서 열었다. “국악 공연장과는 달리 클럽에선 사람들 표정을 볼 수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다행히 이번 앨범은 눈 맞추기에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핫트랙차트 국악부문에서 1위, ‘오이뮤직’ 뉴에이지 차트에선 2위를 차지했다. 대만에서도 발매됐다. 그렇게 친근해진 가야금이 날선 신경들에 따뜻한 차를 건넨다.

사진 탁기형 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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