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7.14 00:46 수정 : 2005.07.20 16:46

무대위아래사람들

나무 구하는 데만 석달 지금까지 61대 만들어

지난해 5월과 12월 내한 연주를 가진 베르타 로하스(조지워싱턴대 기타과 교수)와 여성 기타리스트 안나 비도비치는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브라만 기타를 주문했다. 롤랑 디용도 그해 3월 첫 내한공연 이후 브라만 기타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올해 6월 호암아트홀에서 첫 공식 독주회를 연 현대 기타의 거장 로베르토 아우셀(독일 쾰른음대 교수)도 지난해 8월 브라만 기타를 주문했다.

이렇듯 세계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들이 명기로 아끼는 브라만 기타의 장인은 누구일까?

‘브라만 조선목수 곽웅수’

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의 작은 야산 기슭에 자리잡은 작업실에서 42살 먹은 콧수염의 남자가 내민 명함에 박혀있는 이름이다.

“브라만은 인도용어로 우주작용의 근본 원리를 뜻하죠. 텅 비어있으면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뜻합니다. 따뜻한 음, 차가운 음 등 모든 음을 다 품은 기타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는 “끝없이 진보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악기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털어놓으면서 “기타는 다른 악기와는 달리 직접 손으로 줄을 뜯어 다양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가장 살아있고 인간적인 악기”라고 말했다.

대학 철학과 재학시절 고전음악 감상실을 전전하던 그는 우연히 기타 동아리의 친구를 알게되면서 ‘작은 오케스트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뒤 ‘내 기타를 만들고 싶다’고 결심해 예일악기 공장에 아르바이트 견습생으로 들어가 기타 제작기술을 익혔다. 90년에 독립해서 기타 제작과 함께 기타 잡지 발행과 기타 콩쿠르까지 욕심을 냈으나 실패를 맛보면서 돈사를 개조한 공방으로 내몰리기까지 했다.


그는 “좋은 악기를 만들려면 음악가의 섬세한 귀와 심성을 가져야 하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득 그의 작업실 한 쪽에 있는 섬세한 오디오 시스템과 클래식 시디 2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7년 전부터 브라만이라는 상호의 기타를 탄생시켜 그동안 61대의 공식 ‘브라만 기타’를 주문 생산했다. 기타리스트 장대근씨는 브라만 1호로 2003년 봄 스페인 로예리아 국제기타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기타 1대를 만들려면 그가 직접 해외에 나가 나무를 구해와야 하기 때문에 석달 정도 걸린다. 특히 기타 옆 뒤판에 쓰이는 로즈우드는 브라질 특산으로 악기나 가구의 최고급 재료이지만 벌목이 금지돼 상파울로나 히우데자네이로 등의 고가구점에서 50년이나 100년 된 고가구를 구해온다.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한국의 악기들을 찾는다는 것은 5~6년 전에는 상상을 못하던 일이죠. 한국 연주가들도 그 전에는 주로 스페인의 베르나베나 로드리게스, 독일의 하우저 등 3천만원 내지 4천만원을 호가하는 악기를 썼어요.”

그는 “요즘은 한국 연주가들도 전부 외국 기타를 쓰다가 외국 연주자들이 브라만을 찾으니까 최근들어 악기를 바꾸기 시작했다”면서 “외화도 벌고 국내 악기의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배장흠, 홍상기, 이원지, 이미솔, 김성훈, 권대순 등 세계수준의 한국 클래식 기타리스트들이 오래 전부터 자신의 악기를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는 1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에서 연주회를 앞둔 배장흠(35·추계예술대 강사)씨는 “소리가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악기다. 그동안 외국악기를 많이 사용했지만 같은 음을 내는 악기라도 음폭이 넓어서 베이스는 무겁고, 고음은 아름답고 화려해 음악 표현을 잘 받아준다”고 평가했다.

2000년 “기타에 대한 정보를 많이 공유하면서 우리의 기준으로 기타음악과 예술을 평가하고 이해하려는 작업”으로 개설한 기타마니아(www.guitarmania.org)를 방문하면 이 조선목수의 기타사랑을 엿볼 수 있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