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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에 뿌리를 둔 하드록을 하겠다고 나선 밴드 ‘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현진(베이스), 정문식(보컬), 임은석(기타), 허재현(드럼). 15일 낮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할 때만해도 ‘얌전’했던 이들은 그날 밤 홍대앞 클럽 ‘프리버드’에서는 ‘방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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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에 뿌리내린 레드제플린 후예들
땀·밥·음악 함께라면 “좋아∼가는거야”
그들은 땀에 절어 있었다. 쏟아내는 소리에서도 질박한 짠 내가 났다. 지난 15일 밤 9시께 서울 홍대 앞 클럽 ‘프리버드’. 록밴드 ‘문(mu:n)’은 ‘레드 제플린’의 ‘신스 아이브 빈 러빙 유(Since I’ve been loving you)’로 시동을 걸었다. 블루스에 뿌리를 둔 록, ‘문’의 지향점을 드러낸 맛보이기였다. 이어 이들의 첫번째 앨범 <론칭 투 더 문>의 타이틀곡 ‘까지도’를 불러재끼는 정문식(33)의 목덜미에 핏대가 솟았다. 4곡 연주를 내리 마친 임은석(기타·27), 허재현(드럼·25), 정현진(베이스·24)의 등판은 눅눅했다.
“솔직하고 원초적인 음악이잖아요. 진하고요.” 요즘 대세는 말랑말랑한 모던록인데 왜 1960~70년대를 흔들던 하드록을 향해 가느냐고 물었더니 의아한 표정부터 지었다. “질문이 이상해요. 왜라뇨? 좋으니까 하는 거죠.” ‘레드 제플린’과 ‘도어스’라면 껌뻑 넘어간다고 한다. “레드 제플린처럼 모든 구성원의 기량이 뛰어나면서도 조화를 이룬 밴드도 드물죠. 도어스의 노랫말은 시에요. 흔히 생각할 수 없는 내면을 담아내죠.” 한 멤버가 무게를 잡고 설명하더니 “‘그 신화 같은 밴드들의 맥을 잇는다’라고 쓰면 안되느냐”고 은근히 주문했다. “야, ‘오버’하는 거 아니야~.” 다른 멤버들은 수습에 들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확실한 건 이들이 어줍지 않게 흉내나 내는 밴드는 아니라는 점이다. 7~13년 갈고 닦은 역량은 5곡을 담은 첫 앨범 <론칭 투 더 문>에 녹아있다. 엇박자로 시작해 담백한 리듬으로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까지도’는 깔끔하고 편안하다. 이에 비해 육중하게 드럼이 떨어지고 기타가 에너지를 뿜는 ‘가죽’은 거칠게 이 밴드의 본색을 드러낸다. “네가 꿰찬 네 자리 네 속에 쓰레기를 뱉어, 네 자린 없는 게 베터(better).” ‘뱉어’에서는 여러 리듬으로 후려갈기며 부당한 권력을 쥔 사람들을 향해 삿대질을 해댄다.
세게 나온다고 이들이 이른바 ‘록 스피릿’이라 불리는 저항정신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건 아니다. “록 정신의 본질은 자유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록 스피릿이라는 강박관념에 빠지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죠.” “맞아요. 그러면 만날 심각하고 성질내야 할 것 같잖아요. 즐거워서 하는 건데.”
그냥 “고민하고 느끼는 걸 ‘혼’이 담긴 음악에 실어 나누고 싶을 뿐”이라고 하는데, 나눈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이들도 안다. “뭐가 대중적인 건지 모르겠어요. 대중이 다양한 음악을 듣고 선택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긴 했나요? 펄잼 등을 좋아하고 록 콘서트를 쫓아다녔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잘 팔리는 게 이건들 저건들 그들은 올해 안에 자신들의 땀방울이 총총히 맺힌 앨범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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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돈 떨어지면 국밥집을 하거나 말거나 이들, 이날 저녁만큼은 록의 ‘도가니탕’ 속에 빠져 끓었다. 차례로 록밴드 ‘백두산’의 ‘형님’들이 무대에 올라 ‘인생 뭐 있어’, ‘내가 죽을 때 파리가 붕붕 날아다녔다’를 부르자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던 허재현은 경련에 가까운 헤드뱅잉을 했다. 정문식은 초밥을 쥐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땀과 밥과 록과 함께였는데 죽을 때 주변에 파리가 붕붕 날아다니건 말건 뭘 그리 후회하겠나’라는 표정으로.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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