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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2 20:19 수정 : 2005.07.22 20:23

현직교사 국내 처음 성공 소리 매끄럽고 독특

유연실(43·사진)씨는 흙으로 음을 빚어낸다. 전남 해남군 서초등학교 바이올린 특기적성 교사인 그가 강진 청자공모전에 출품한 당적(소금)과 단소 등 4점은 도자기가 아니라 청아한 소리가 나는 악기다. 그는 22일 공모전에서 특선을 받았다. 흙으로 빚은 관악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유씨의 도전은 2003년 12월 시작됐다. “학생들이 국악기를 쉽고 재미있게 불게 하고 싶었습니다.” 대나무로 만든 악기는 소리가 관을 타고 흐르면서 울림이 달라져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유씨는 흙으로 전통 악기를 만들 생각을 했다.

도예에는 문외한인 유씨는 먼저 단소 모양의 석고 틀을 만드는 법부터 배웠다. 도예 전문가들조차 “항아리나 찻잔이 아니고 관악기를 흙으로 빚어 구워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가마에서 나온 악기는 입이 비뚤어지거나, 구멍이 터져 있기 일쑤였다. 어쩌다 모양이 온전하게 나온 것은 음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상감청자 악기 1점이 나오는 데 보름 가량 걸렸다. 흙이 열을 받으면 축소돼 음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1년여가 지나서였다.

포기하려는 그에게 남편(47)과 강광목 강진성화대 교수(도예학과)의 격려가 힘이 됐다. 마침내 초벌구이 전후에 ‘피타고라스 산출법’에 따라 음을 재조정해 가마에 넣은 것이 적중했다.

2월 김광복 전남대 교수(국악과)한테서 “음이 딱 들어맞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로소 “해냈다”는 안도의 숨이 나왔다. 시디 녹음을 했던 국립남도국악원 박승철(31)씨는 “대나무로 만든 악기와 달리 소리가 매끄럽고 독특하다”고 호평했다. 유씨는 이번 출품작들 외에도 플루트와 국악기를 결합한 ‘팬플루트’ 소리를 빚을 계획이다.

그는 “상업용보다 교육용으로 널리 보급되길 기대한다. 앞으로 동서양 악기를 접목해 흙으로 가락 타악기를 만들어 보겠다”며 웃었다.

해남/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사진 해남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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