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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러시아 사할린주 유즈노 사할린스크시 에트노스예술학교에서 고려인 3세 학생들이 가야금 산조와 장구 연주 발표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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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사할린 에트노스예술학교
지난 21일 오후 러시아 사할린주 유즈노 사할린스크시 치하아키안스카야 30a번지 에트노스예술학교(교장 에이지노바 나탈리야)에서 소박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이 학교의 이정자 주임교사를 비롯해 심율라, 조나타샤 등 고려인을 포함한 재러시아 동포 교사 4명과 김제냐, 이이신 등 고려인 3세 학생 7명이 한국의 ‘2005국악축전 조직위원회’로부터 국악캠프 수료증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김해숙(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와 그의 두 딸 이지혜(국립국악원)·지연(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씨, 윤호세(〃)씨에게 가야금 산조와 장구를 배워 이날 발표회도 가졌다.가야금·장구 ‘국악캠프’ 열려
가야금반의 김연희(13살, 7학년)양은 “한국 가야금 연주가 북한과 달라 조금 어렵고 힘들었지만 너무 재미있다. 계속해서 가야금을 배울 생각이다”고 말했다. 장구반 선명희(12, 7학년)양과 김제냐(〃)양은 “선생님들이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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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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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나탈리야 교장의 요청으로 조선과 주임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정자(60)씨는 “에트노스예술학교는 러시아에서 전문적으로 조선민속예술을 가르치는 유일한 예술학교”라며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조선무용과 음악을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도와줘서 감사드린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처음에는 학교 건물이 없어서 문화회관 강당을 빌려 수업을 하면서 큰 물통을 이어 만든 장구와 나무를 깎아 만든 장구채로 장구를 가르쳤고, 콜라 패트병을 잘라서 족두리를 쓰고 부채대신 수건으로 조선춤을 연습해야 했다”고 그동안의 고생을 털어놓았다.
“손끝에 패맺히도록 연습”
에트노스예술학교는 러시아 문화 명예교수인 에이지노바 나탈리야(60) 교장이 러시아 민속예술을 가르치기 위해 지난 1991년 설립했으며, 1995년 9월에는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조선과를 신설해 고려인 3세들에게 조선역사와 조선음악, 조선무용, 가야금, 장구, 피아노, 시창(조선노래)을 가르치고 있다. 약 70명의 고려인 3세 학생들이 일반학교가 끝난 뒤 오후 2시부터 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데 그동안 50여명의 고려인 학생들이 7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했다. 조선과를 설치한 까닭에 대해 나탈리야 교장은 “평소 조선의 민속음악과 무용을 좋아했다. 사할린에 사는 고려인 학생들도 자기 민족의 전통과 민속예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네번 고려인 졸업생을 배출했다. 아이들이 자기 민족의 민속예술을 배우려는 진지한 자세를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사할린/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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