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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뮤지컬 ‘더 프로듀서스’ / 설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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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코믹 뮤지컬 ‘더 프로듀서스’ 일본 공얀
뮤지컬 제작자 맥스. 이번 신작은 ‘쫄딱’ 망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이다. 투자받은 제작비 200만달러를 고스란히 갖고 회계사 레오와 함께 브라질로 ‘튈’ 작정이다. 공연 첫날이 마지막날이어야 한다.엉뚱한 상상으로 2001년 미국 브로드웨이를 휩쓴 멜 브룩스 연출의 코믹 뮤지컬 <더 프로듀서스>가 한국에 온다. 그해 토니상의 열다섯 전 부문에 걸쳐 후보로 올랐다. 종국에 작품, 연출, 작곡, 남우주연상 등 12개를 쓸어 모은 작품이다. 토니상 사상 최다다. 지금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에서 공연 중인데 그간 흥행 성적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1일 저녁 7시, 일본 도쿄 신주쿠의 후생연금회관(2047석)에서 만난 <더 프로듀서스>. 명성의 실체가 오롯하다. 미국 투어팀에 의해 지난 6일 시작, 24일까지 예정된 공연이 모두 매진이다.
브로드웨이의 황금기라 할 50년대. 맥스도 한때 잘 나갔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햄릿>을 각색한 <퍼니 보이>가 하루만에 망했다. 남은 능력이라곤 미국 돈을 다 쥐고 있을 법한 유태인 할머니들을 농익은 몸짓으로 어루꾀어 투자금을 모아내는 일. 투자금을 챙길 수 있는 레오의 묘안이 더해진다.
최악의 원작과 최악의 연출가를 찾는 등 혼신의 힘을 기울인 극중극 <봄날의 히틀러>는 하지만 대성공. ‘마스터피스(masterpiece=명작)’라고 쓰인 신문평을 보고 맥스는 울부짖는다.
일본 관객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앙상블의 묘미가 뛰어나다. 맥스가 만나는 유태인 할머니들의 힘이 넘치면서도 재기 발랄한 군무, <봄날의 히틀러>에서 마네킹으로 연출해낸 병정신 따위는 대단히 역동적이다.
히틀러를 신봉하며 <봄날의 히틀러>를 쓴 괴벽의 얼치기 작가 프란츠, 오디션을 보러 왔다가 어수룩한 레오와 사랑에 빠진 육감적인 북유럽 여성 울라 등 조연급 인물들은 억양, 몸짓 따위가 희극적이면서도 대단히 사실적이다. 주연이 쉬는 마당에 관객들도 쉬게 하는 배려가 없다.
게이로 등장하는 히틀러와 미, 소, 영과 격전을 벌이는 독일의 시대·문화상을 풍자적으로 담은 극중극 <봄날의 히틀러>만으로도 작품은 산다. 극장, 맥스의 사무실, 법정 등 장면전환이 진짜 숨가쁘다. 맥스가 회계조작 혐의로 유치장에 갇힌 뒤 이 지경에 오기까지를 한목에 회상하며 부르는 메들리 <비트레이드>도 그래서 더 숨가쁘다. 한 코로 춤사위까지 넣어가며 지난날을 꿰는 게 일품이다. 맥스와 레오가 감옥에서 죄수들과 뮤지컬을 만든 덕에 사면을 받은 뒤 일류 제작자로 다시 거듭나는 갈무리도 유쾌하다.
설앤컴퍼니(대표 설도윤)는 이 작품을 한국 연출, 배우진들로 짜 다음해 1월께 올리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8월 오디션을 통해 앙상블 배우진들을 잘 뽑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망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다. 60억원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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