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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3 17:45 수정 : 2005.08.04 16:38

리뷰 - 과거에 묶여 10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사람들

낡은 영상 안에 모두 “거칠었던 고등학생” 시절의 한 때가 담겨 있다. 주인공은 빈스, 존, 에이미다. 연극 <테이프>는 10년 전의 이들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시작하고 끝맺는다. 과거가 여전히 이들의 현재를 묶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영상이 사라지고서야 무대가 열린다. 모텔 방에는 자원봉사 소방관 빈스(유오성)가 있다. 소방관장에게까지 마약을 파는 마약 거래상이다. 몰래 대마를 즐긴다. 여전히 빈스의 삶은 거칠어 보인다.

맥주를 몸에 바르고 머리에도 붓는다. 건들건들, 그러나 자못 심각하다. 취해야 할, 아니 취해보여야 할 이유가 있다. 10년 전 절친했던 존을 다시 만나기로 되어 있다. 당시 자신의 애인이었던 에이미(김보영)를 강간한 사실을 자백받으려는 꿍꿍이다. ‘테이프’는 바로 존(김경식)의 자백을 몰래 녹취하기 위해 빈스가 마련한 것. 여전히 사랑하는 에이미를 위해 꾸민, 빈스 자신의 인생 가운데 “가장 계획적인 일”이다.

인기 배우 유오성이 8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철수와 만수>(1997년) 이후 처음이다. 그 사이 잘 알다시피 영화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한참 잘 나갈 때 연극 무대에도 섰다면 더 사랑받았을 것”이라며 이제 돌아온 그를 고깝게 보는 연극계 눈들도 있지만, 어쨌든 좋다. 바로 어제 무대에 선 듯, 무대에 몰입하는 힘이 전해진다.

빈스의 자극이라기보다 유오성의 능청스러운, 때론 폭력적인 자극에 존은 결국 사실을 털어놓는다. 테이프는 존의 ‘자백’을 고스란히 재생하고, 과거는 본격적으로 현재화한다.

그러나 에이미의 한 마디에 존을 몰아세운 빈스도, “넌 언제부터 이렇게 정의로워졌냐”며 저항했던 존도 허물어진다. 정작 에이미는 빈스와 헤어진 뒤 만난 존을 사랑했단다. “테이프에 있는 자백을 원하는 건 아니야.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지금 이 나라를 휘젓는 ‘테이프’의 또 다른 정치사회학을 맛보는 건 덤이다. 과거를 털지 못했던 빈스와 존만 10년째 성장을 거듭하지 못했다. 15일까지. (02)764-6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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