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8.03 18:28 수정 : 2005.08.04 13:37

시원한 평크록에 ‘약한 사람들’ 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토밤즈’ 멤버들. 왼쪽부터 썩(베이스), 백준명(보컬·기타), 공태호(드럼), 이주현(기타) / 사진 쌈지 제공

진짜 삐딱한 건 우리가 아니라 이 세상


만들어진 길 거부하는
펑크는 ‘저항하는 삶’
직설담긴 ‘빈민가 폭탄’
썩은 세상에 투하!

다름은 두려움이나 혐오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붉게 물들여 삐죽 세운 머리, 여기저기 찢어진 검은 옷, 저항과 분노의 외침…. 이 사회에 안착했다고 스스로 믿는 사람들에게 ‘펑크’는 위협일지 모른다. 잘 봐줘봤자 ‘철없는 애’들의 ‘부질없는 짓’이다.

그런데 ‘철든’ 당신일지라도 가끔은 돈 없고 ‘백’ 없으면 기 못 펴는 이 사회의 질서가 역겹지 않나? 때때로 참을 수 없을 만큼 화나지 않나? 그렇다면 잠깐 짬을 내 이질감을 접고 이들의 메시지를 들어볼만 한다. 펑크록밴드 ‘게토밤즈’의 첫번째 앨범 <로튼 시티(썩은 도시·rotten city)>다. 어쩌면 이들의 분노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탬버린 치며 털어내 버리려 했던 슬픔과 본래 닮은 꼴일지 모르니까.

펑크가 뭔가? ‘게토밤즈’의 언어로는 이렇다. “포크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약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고 바꿔보자고 선동하니까요.”(베이스·썩·24) “일종의 삶의 방식이에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이 담겨 있죠. 이미 만들어진 대로 따라가고 싶지 않은 거예요”(보컬·기타·백준명·24) “뭐든지 스스로 해보려는 거죠. 옷도 내 손으로 내 마음에 들도록 찢어 붙여서 만들었어요. ‘너희는 정장 입어? 난 이런 거 입어.’ 이런 식이죠.”(기타·이주현·27)

그들의 음악으론 이렇다. ‘우리 여기 모여’에서 자메이카 스카 리듬을 타며 흥을 몰아가는데 노랫말은 직설적이고 진지하다. “성장하는 경제 허나 아직도 배고픈 자들은 널렸지… 우리는 단순한 원숭이가 아니지.” 기교를 부리지 않지만 비트를 밀어붙이며 짝짝 맞아 들어가는 연주는 속을 시원하게 훑어낸다. 단순함에 강한 중독성을 부여할 만큼 그들의 실력은 짱짱하다.

단단할 만한 게 백준영, 썩, 공태호(드럼)는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로 잔뼈가 굵었다. 이주현은 요즘 탈 많은 ‘럭스’의 맴버였다가 합류했다. “1997년부터 머리 세우고 다니니까 부모님이 난리 났어요. ‘왜 악마의 음악만 하냐’라고요. 지금은 다른 재주가 있는 거라고 이해하세요.” 2001년 뭉친 ‘게토밤즈’는 2002년 쌈지페스티발에서 ‘숨은 고수’로 알려졌다. “이제까지는 앨범 낼 생각 안했어요. 돈도 없고…. 재미있고 서로 멋있게 보고 그러면 됐으니까요.”(공태호·24) 그새 “밑도 끝도 없는 분노를 터뜨리던” 이들도 노숙해져, 첫 앨범엔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센 것들보다 공들여 걸러진 노래들을 담았다”고 한다.


사진 쌈지 제공

그래서 발랄·통쾌한 리듬에 씁쓸함이 남는 위로도, 자기 반성도 곁들인다. “사는 게 너무 힘에 겨워 쓰러질 때면 …까짓 것 괜찮아 …한심한 모습 부정해 보지만 어디서부턴지 뭐가 잘못된 건지 아무것도 모르잖아.”(오케이 오케이) 3개 코드로만 만들었다는 ‘검은 나’에는 이런 고민을 담았다. “남들 보며 가식적이라고 욕하기는 쉽죠. 그런데 자기 안에서도 가끔 그런 걸 보게 되요. 참 슬프죠.”(썩) 히든 트랙에서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난 너무 약해 …약한 자들끼리 변하지 말자”라고 손 내민다.

앨범이 다 돌아갈 즈음엔 이 ‘망나니’들이 내민 손을 잡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에겐 여전히 이런 질문이 남는다. 저항의 대안은 뭐냐고. “우리가 날고 뛰어봤자 크게 바뀌는 건 없겠죠. 세상이 뭐라고 하건 끝끝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표현의 ‘다름’을 넘어 이들의 메시지에 공감한다면 오는 6일 서울 홍대 앞 라이브 클럽 쌤(옛 쌈지스페이스)에서 이 ‘빈민가(게토)의 폭탄(밤즈)’들과 함께, 비록 순간일지라도, 약한 자들의 목청이 얼마나 센지 보여주는 건 어떨까? (02)422-8211.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