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대목
날카로움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극단 차이무. 올해로 창단한 지 10돌 째다. 그리고 올린 신작이 바로 <가화만사성>이다. 저마다 자기만의 ‘짐’을 숨긴 채 힘겹게 이고 사는 가족. 가족은 만날 일이 적고 만나면 어근버근, 비걱댄다.
딸 둘이 또 다툰다. 이유는 중요치 않다. 다툼은 일상이다. 퇴직당한 아버지는 두 딸을 몰아세우고 딸들은 대든다. 오빠도, 엄마도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든다. 그러다 넘어진 고등학생 문제아인 막내딸, 일어나지 않는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교복 한 벌이 곱다. 사실은 목 메 자살한 막내딸을 은유한 것. 가족은 우발적 사고를 자살로 가장해놓았다. 하얀 조명 아래 교복은 한없이 빛나고, 멀리 실루엣 뒤로 단란한 네 식구가 보인다.
학교생활이 불행한 막내. 화목한 가족에게 누가 될까 두려웠다. 자살한 이유다. 남은 가족들이 조작한 막내의 일기엔 그리 적혀있다. 그리곤 알리바이를 위해 가족은 진짜 화목해진다. 교복을 제물 삼았다.
<늙은 도둑의 이야기> <비언소> 따위로 관객들은 차이무를 잊지 못한다. 이상우, 문성근, 송강호 등이 여기 출신이다. 사회 비판적 시각이나 사색적인 코미디가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간 너무 상업적으로 변해왔다”는 말도 있고 “차이무만의 활력을 잃었다”는 평도 들려온다. <가화만사성>을 제물 삼을 수 있을까. 10주년 레퍼토리 <슬픈 연극> <마르고 닳도록>이 10월, 12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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