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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씨가 3일 오후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8월 23일 평양 류경 체육관에서 광복 60주년 기념 ‘조용필 평양 공연’을 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양예나 인턴기자 yena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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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오빠’ 환호…북에선 어떨지 떨려요”
“남쪽 공연에서야 ‘오빠’라는 환호부터 받지만 그곳 분위기는 다를 것 같아 긴장도 된다. 그러나 닫혔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보람이 있다. 북녘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레퍼토리를 조정했다.”가수 조용필(55)씨가 23일 오후 6시부터 두시간 동안 평양시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인다. 이 콘서트는 <에스비에스>와 북한의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생중계한다. 남한 가수가 1만2천명을 수용하는 공연장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는 “북녘 공연 제의는 1990년대 말부터 여러 단체를 통해 받아왔고 2005년 ‘필앤피스’ 콘서트 주제도 ‘제주에서 평양까지’로 잡았지만 발표는 못했다”며 “같은 언어를 쓰는 민족이 음악과 정서를 함께 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이남기 에스비에스 기획본부장은 “지난해 7월 북쪽에서 제의를 받은 뒤 북에 가장 많이 알려진 가수인 조용필씨의 공연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자는 뜻에서 추진했다”며 “평화라는 주제로 진행 중인 조용필씨의 ‘필앤피스’ 한반도 투어 콘서트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북쪽에서 초청한 20대 초반~40대 평양 시민이 관람하게 될 이번 공연에서 그는 관객이 편안하게 받아들일만한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 겨울의 찻집’ 등 자신의 인기곡과 1950년대 이전 가요, 북한 가요 등을 부를 예정이다. 공연의 마지막엔 ‘꿈의 아리랑’을 관객들과 함께 부른다. 선정 곡목은 남쪽 공연 때와 다르지만 무대의 뼈대는 조씨가 열어온 ‘필앤피스’ 콘서트 그대로다. 비둘기 날개형 배경이나 ‘위대한 탄생’의 반주를 옮겨간다. 조씨는 “규모는 공연장 사정상 약간 줄일 수밖에 없지만 특수효과·영상·동적인 변화 등은 바뀌지 않았으며 공연에 온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철호 에스비에스 제작위원도 “이번 공연의 핵심은 북쪽 관객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관람객의 참여를 북돋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공연이기에 챙길 장비와 함께 가는 인원도 대규모다. 음향·조명·특수효과 등을 실은 5t트럭 28대와 발전차 5대, 방송장비차량 5대와 공연·제작·보도팀 160여명이 함께 한다. 에스비에스는 이번 공연을 ‘8시뉴스’, ‘모닝와이드’, ‘세븐데이즈’ 등에서도 다루고 다큐멘터리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 공연이 성사되기 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쪽에서 초청 제의가 왔다. 올 2월 에스비에스와 민화협은 4월에 이틀에 걸쳐 두차례 평양 유경정주영체육관에서 공연하자고 합의를 봤지만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무산됐다. 장소가 골칫거리가 된 적도 있었다. 북쪽은 규모는 작되 음향시설이 좋은 봉화예술극장을 제안했고, 에스비에스 쪽은 원래 합의대로 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다 6·15 기념행사 등으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뒤 7월 두차례 실무회의, 3박4일간 공연장 답사 등을 거쳐 결실을 맺게 됐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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