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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0 16:52 수정 : 2005.08.10 16:54

리사 오노 ‘로망스 라티노 vol.1’

리사 오노 ‘로망스 라티노 vol.1’

명랑하되 유치하지 않고, 여유롭되 늘어지지 않는 세련된 낙천성이 보사노바엔 있다. 1950년대 브라질의 기타리스트 조앙 질베르토,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등이 삼바에 모던 재즈를 섞어 만든 알싸한 칵테일은 색소폰 연주자 스탄 게츠의 손에서 더욱 맛깔스러워졌다. 세계인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는 이 리듬에 일본인 보컬 리사 오노(43)는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띄운다. 최근 발매된 <로망스 라티노 vol.1>에 이어 한달에 하나씩 나올 ‘로망스 3부작’이다.

상파울로서 보낸 유년기
장르 경계넘는 ‘음악 여행가’
“종착지는 아시아 아리랑 불러보고 싶다”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연인이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는 순간과 엇비슷하게 노곤한 떨림을 불러일으킨다. “별을 올려다 보렴. 하늘에서 헤엄치고 있어… 언제나 행복하고 싶어. 당신 곁에서.”(크리스탈 드림) 플루트의 재잘거림에 피아노, 퍼커션이 잔물결 친다. “당신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임을 잃지 않기를… 당신이 소중해.”(갈색 피부) 코러스의 화음이 흩뿌려진다.

“제 원초적인 감성이 맞닿아 있는 라틴 음악에는 로맨틱한 요소가 많아요. 이번 앨범엔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노래들을 모았어요. 두 번째엔 사랑스러운 노래들을, 마지막엔 차차 스타일의 빠른 댄스 곡을 실을 거예요. ‘라틴’이 주제인 이 연작으로 인간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요.”

행복에 겨운 순간만 담아낼 수 있다면 보사노바는 인간적이라기보다 단순한 인형을 위한 노래에 가까웠을 듯하다. 이 여유 만만한 남미의 리듬은 답해 주지 않는 연인 탓에 타는 애간장(‘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떠나버린 사랑(‘모닝’), 고독이 깊어 가는 마음(‘핑크빛 하늘’)도 흥으로 껴안을 만큼 넉넉하다. “슬픔을 해학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해 부르는 거죠.”

보사노바를 “듣는 사람의 생활 리듬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시간과 공간을 꾸며주는 음악”이라고 말하는 오노는 갓난아기 때부터 10살까지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보냈다. “자연스럽게 그곳 리듬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곡을 다 외울 때마다 무대에서 노래하게 했거든요.” 두 문화를 오고간 이 단아한 인상의 ‘누이’는 “겉보기와 달리 삼바축제 때는 ‘라틴의 피’가 발휘돼 어디서든 춤 추고 노래한다.”

그처럼 문화적 경계쯤은 구렁이 담 넘듯 하는 보사노바는 일렉트로니카나 록에까지 접 붙어 도회적인 파티에도 바닷가 산책에도 어울릴 만큼 진화했다. 데뷔 16년째를 맞은 오노는 이 마력에 편안한 목소리를 보태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의 팝, 레바논 민요까지 이물감 없이 풀어냈다. ‘세시봉’, ‘아이 위쉬 유 러브’ 등 오노가 다시 부른 노래들은 한국 사람들 귀에도 어느새 익숙하다. “아프리카 리듬이나 하와이, 이탈리아 특유의 악기를 보사노바에 접목해 작업하는 게 즐거웠어요. 이런 음악 여행의 종착지는 아시아였으면 좋겠어요. 한국 노래도 많이 들어보고 ‘아리랑’ 같은 곡은 꼭 한번 불러보고 싶어요.”

그의 노래들은 언제나 거기 있었다는 듯 낯익어 오는 11월13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릴 무대가 그의 첫 한국 공연이라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정규 앨범만 17장을 내고 중년에 접어든 오노는 넉넉한 목소리로 한국 팬을 만난다. 최근 한국에서 발매된 1991년작 <메니나>와 1992년작 <세레나타 카리오카>에서는 그의 20대를 접할 수 있는데 15년 전이건 지금이건 오노는 복잡한 계산은 잊고 삶의 아기자기한 재미에 맛 들여 보라고 속삭인다. “오리들 찰싹 붙어 행복해 보여. 강에서 노래하며 살고 있어. 지금은 넷이 되어 춤추고 있지. 강에서 해피 해피.”(오리들) -리사 오노와는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엠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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