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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콩쿠르 우승자들로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싱가포르, 중국, 타이완, 독일, 캐나다, 불가리아 등 9개국 출신의 다국적 솔로이스트들로 구성된 현악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창단 10주년을 맞는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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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솔로이스크 10돌 눈앞, DMZ에서 ‘깨어남’ 세계 초연
“음악의 역할 새삼 느껴” 래퍼토리 더 넓히고 큰 현대실내악 연주 계획
미국 클래식 음악계로부터 ‘최고의 현악실내악단’으로 사랑받고 있는 세종솔리이스츠가 오는 12월이면 창단 10주년을 맞는다.
1995년 줄리아드 음악원 강효 교수가 같은 음악원 출신의 젊은 한국인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다국적의 젊은 솔로이스트들을 모아 창단한 세종솔로이스츠는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시엔엔> 등 수많은 세계 언론으로부터 ‘지휘자 없는 최고의 앙상블’이라는 극찬을 받아왔다.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상주연주단체로 참가하고 있는 세종솔로이스츠의 단원들을 지난 6일 용평리조트의 프레스룸에서 만났다. 이들은 지난 3일 강원도 철원군 노동당사 앞에서 열린 ‘디엠지 평화·생명 콘서트’와 5일 개막 연주회에서 세계적인 작곡가 베자드 란즈바란(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이 대관령국제음악제 강효 예술감독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깨어남’을 세계 초연해 국내·외 청중들에게 깊은 감명을 심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주제인 ‘전쟁과 평화’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는 창작곡을 세계 초연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한국 전쟁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지만 한국 전쟁의 비극이 담긴 장소에서 그런 의미있는 작품을 연주했다는 것 자체가 참 인상깊고 영광스러운 일이었어요.”
강효 교수의 제자로서 창단 멤버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유정씨와 2000년부터 참가하고 있는 이세영(바이올린)씨는 “굉장히 어려운 곡인데다 연습시간이 짧아서 걱정했는데 란즈바란 교수와 청중들이 대단히 좋아해서 만족스럽고 보람을 느낀다”며 “창단 10주년을 맞아 뜻깊은 선물이었다”고 밝혔다.
2002년부터 제2 바이올린 수석으로 활동하고 있는 코넬리우스 드팔로(미국·뉴욕 주립대 부교수)는 “지난해부터 대관령국제음악제와 올해 디엠지 콘서트에 참가하면서 사회적으로 음악이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며 “좋은 음악은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고,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올레 아카호시(예일대 음대 예비학교 교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프랭크 황 등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의 단원 14명 개개인이 경력과 개성이 화려한 솔로이스트들”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실내악을 연주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아니냐”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실제로 세종솔로이스츠는 창단 초기부터 퀸 엘리자베스, 파가니니,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등 세계적인 콩쿠르 우승자들이 참여했고 1997년부터 아스펜 음악제의 상임 실내악단으로 지정돼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또 2002년 월드컵에서는 204개국 위원들이 모인 피파(FIFA)총회 특별연주를 했으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성화봉송 뉴욕행사에서는 유엔 초청으로 유엔에서 공연하는 연주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유정씨는 “창단 때부터 강 교수님은 반드시 한국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세종이라는 이름도 세종대왕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인 인물인데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가 편했기 때문이었다. 또 지휘자 없이 개개인이 각자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화음을 이뤄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창단과정을 털어놓았다. 드팔로는 “무엇보다 동료들과 존경하는 마음으로 연습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며 “가끔 있는 충돌은 자연스럽고 생산적인 일이다. 서로 의견이 다른 것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 오히려 기분좋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앞으로도 세종솔로이스츠가 ‘소규모의 현악4중주의 연주만큼 정교하고 섬세하게 연주하면서도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내는 실내악단’이라는 평가에 어긋나지 않는 연주를 들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레퍼토리를 더 넓히고 큰 현대실내악을 많이 위촉받아서 연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9월에 바이올리니스트 초량인과의 비발디 ‘사계’ 협연을 음반으로 녹음하고, 10월에는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창단 10년 기념 연주회에 이어, 11월에는 파리와 런던 순회 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한국 관객들의 많은 후원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청중이 없으면 우리는 연주를 할 수 없어요.”(팔로) “한국에 오면 이름이 세종이라서 그런지 환대해주고 외국인 멤버들도 기분 좋아하는 곳이에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이세영) “우리 멤버들은 이제는 한국어사전을 가지고 다니면서 익혀서 우리 말을 곧잘 해요. 그런 것이 문화사절단의 역할이죠.”(이유정)
세종솔로이스츠는 고양문화재단으로부터 ‘세계 무대의 한국 음악인전’에 초청받아 오는 25일 저녁 7시30분 경기도 고양 덕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비발디의 <사계>로 한국 청중들을 다시 만난다.
평창/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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