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0 18:48
수정 : 2005.08.10 18:49
눈대목 - 숭고한 사랑·진정한 용기와 마주치다
장면 22. 알론조 영감의 침실.
자신이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해 모험길에 나섰던 라만차의 늙은 신사 알론조 키하나가 정신이 들어 자신의 침대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신부와 시종 산초, 조카딸 안토니오 등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려고 할 때, 주막집 접대부 알돈자가 등장한다.
하지만 알론조는 알돈자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 알돈자는 ‘돈키호테가 그에게 들려준 노래 ‘둘시네아’를 부른다. “…둘시네아 둘시네아/ 그 꿈을 기억해봐요 둘시네아/ 그 영광을 다시 네게 보여줘요/ 둘시네아 둘시네아”
마침내 기사 돈키호테의 기억을 되찾은 알론조는 노래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른 뒤 원기를 되찾고 시종 산초와 더불어 또다시 모험길에 나설 채비를 한다. 그러나 기력이 쇄진한 기사 돈키호테는 레이디 둘시네아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알돈자는 “돈키호테는 죽지 않았어요”라고 흐느낀다.
특유의 해학과 유머스런 내용 때문에 시종일관 웃음과 박수소리가 가득했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안이 일순간 조용해진다. 훌쩍거리며 눈물을 찍어내는 젊은 여성관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지난달 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돈키호테>는 늙은이 알론조의 노망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 어려운 뭉클한 감동을 던진다. 기사 돈키호테는 현대인들의 가슴에 잠들어 있는 숭고한 사랑의 가치, 진정한 용기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귀에 친숙한 라틴풍의 아름다운 음악이 가슴에 와닿고 돈키호테 역의 류정환과 김성기, 알돈자의 이혜경과 강효성, 산초 역 김재만, 여관주인 김성기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실력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인다. (02)501-7888.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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