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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6 17:48 수정 : 2005.08.16 22:48

한석봉 천자문의 1650년 중간본. 국내에 한권, 일본에 한권밖에 없는 희귀본이다. 서울서예박물관 제공

서울 서예박물관 ‘하늘천 따지…’ 전

‘하늘천 따지…’로 시작하는 천자문은 삼국시대부터 한자 공부의 첫 걸음을 떼는 지침서였다. 6세기 중국의 주흥사라는 이가 양나라 무제의 명을 받아 하룻밤새 백발이 되어가며 지었다는 이 교과서를 우리는 대개 달달 외우는 암기용 교본으로 안다. 그러나 ‘천지현황’에서 운을 떼어 ‘언재호야(언재호야)’로 끝맺는 <천자문> 텍스트들은 1000자 250구 125절의 방대한 서사시이기도 하다. 우주와 사철의 변화, 인간의 도리, 중국 선현들의 고사, 문법 등 삶을 살찌우는 진리들이 올올이 박힌 수신서인 것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안 서울 서예박물관에서 16일 개막한 ‘하늘천 따지-천자문과 조선인의 생각·공부·예술’전은 고금의 숱한 천자문 교본들을 통해 천자문의 역사적 인문적 의미들을 새롭게 살펴보기를 권한다.

전시장에는 조선조 500년과 개화기, 일제시대 때 만들어진 100여 종의 천자문 글씨본과 판본들이 나와있다. 천자문과 결부된 인쇄문화와 글씨예술, 한자 구성원리, 한글변천과정, 전통 교육제도, 일제시대 민족교육 양상까지 짐작할 수 있는 유물들이다. 명필 한석봉이 1583년 선조의 명을 받아 간행한 이래 가장 널리 쓰인 <석봉 천자문>의 원간본과 중간본 등이 보이며 그 이전인 1471년 나온 봉선사간 천자문, 구한말인 1905년 창녕 화림재에서 간행한 <주해 천자문> 등의 다양한 천자문 간본들도 등장한다. 실학자 정약용이 천자문 글자 2000자를 응용해 지은 <아학편> 등의 보충교재, 이황·박팽년·신위 등 학자들이 쓴 천자문 필적 등도 진열되어 있다.

천자문을 몸으로 체험하는 딸림 행사가 솔깃하다. 전시장 벽면에 움직이며 나타나는 천자문 글자를 직접 붓으로 따라 써보는 ‘천인천자문()’, 천자문 내용을 주제 삼은 국경진씨의 수묵 애니메이션과 여울목 무용단의 현대 춤, 작가 이상훈씨의 ‘게임을 이용한 한자 여행’ 등이 펼쳐진다. ‘어린이 박물관 체험교실’에서는 천자문 글씨를 본떠 쓰거나 탁본을 찍은 뒤 천자문 책을 직접 만드는 과정도 있다. 20일과 9월10일 오후 2시에는 박물관에서 천자문을 주제로 한 학술 세미나도 열린다. 9월19일까지. (02)580-128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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